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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최대 백화점 vs 명품 브랜드’ 자존심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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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산에서 사달이 나고

롯데는 지난해 12월 부산 센텀시티점을 열었다. 유통업계 강자답게 마케팅을 잘하는데다 프로야구 롯데 구단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장사가 제법 쏠쏠하다. 그런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대형 백화점이 내년 3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샤넬은 두 곳 중 어디에 샤넬 부티크(가방·의류 등 패션상품)를 입점시킬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여러 조건을 따져보다가 내린 선택은 신세계. 두 백화점이 붙어 있어 두 곳 모두에 입점하는 것은 마케팅 전략에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었다. 그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롯데다. 세계 최강의 브랜드를 놓쳐서는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샤넬이 롯데 부산점에도 들어오겠다고 했는데,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 입점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반격? 샤넬의 재반격?

부산 신세계에만 입점하겠다는 샤넬의 방침과 거의 동시에 롯데는 샤넬에 내년 화장품 매장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샤넬 화장품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매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과 함께. 롯데에 따르면 샤넬은 수입 화장품 도입 초기에는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중 매출 순위 선두를 달렸지만, 몇 해 전부터는 5~6위권으로 떨어졌다는 것.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의 화장품 브랜드 24개 매출 순위에서 샤넬은 5위에 머물렀다. 국내 브랜드가 한방화장품 등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한 뒤 시장을 넓혀가는 사이 샤넬을 비롯한 외국계 브랜드의 확장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롯데의 샤넬 매장 축소·이전 통보가 공교롭게도 부산 입점 건 시기와 맞물리자 롯데 관계자는 “보복성 조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롯데 고위층의 분노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의 강수에 샤넬도 가만 있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주요 매장에서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것. 업계 관계자는 “샤넬의 프랑스 본사에서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양측이 극단적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봄 매장 개편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매장 개편은 통상 2월께 봄맞이로 이뤄진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자존심 싸움으로 결별을 하기에는 양측 모두에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샤넬은 국내 매출의 큰 비중을 잃게 된다. 올해 샤넬은 롯데 25개 매장에서 45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롯데·현대·신세계, 빅3 백화점에서 샤넬이 올리는 매출의 절반에 해당된다. 롯데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샤넬이 철수할 경우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다른 백화점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만의 하나 샤넬 화장품이 롯데에서 철수하더라도 샤넬 부티크 매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의견 대립을 화장품 매장에 국한시킨다는 입장이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화장품 매장 문제를 패션 쪽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 문제는 실무자 손을 떠난 상태다. 양측 고위층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조만간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샤넬=고급 맞춤복과 기성복, 가방과 신발, 화장품과 향수를 만드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다. 1909년 가브리엘 코코 샤넬 여사가 프랑스 파리에서 모자와 드레스를 만드는 작은 공방으로 시작했다. 비상장 기업으로,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100여 개 부티크 매장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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