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1분에 다운 … 4세대 이통 LTE칩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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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와이브로냐 LTE냐. ‘4세대(4G)’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을 놓고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개발한 와이브로(해외명은 ‘모바일 와이맥스’)가 일찌감치 상용화에 성공한 가운데 핀란드 노키아와 유럽 통신업체들은 LTE를 차세대 표준으로 밀고 있다. 한국에선 LG전자가 LTE용 모뎀칩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4세대 단말기 핵심 부품 개발=LG전자는 9일 경기도 안양시 이동통신기술연구소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백우현 사장과 안승권 MC사업본부장, 최진성 이동통신기술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자 개발에 성공한 LTE 단말 모뎀칩을 공개했다. 컴퓨터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한 셈이다. 가로·세로 13㎜로 새끼손톱만 한 이 칩을 휴대전화에 장착하면 최고 100Mbps(Mbps는 초당 1억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의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800메가바이트(MB)짜리 CD 한 장을 1분 안에 전송하는 성능으로, 기존 3세대 무선통신보다 다섯 배 이상 빠르다. LG전자는 이날 HD급 고화질 영화 네 편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시연을 무난히 해냈다. 백 사장은 “2010년 시작될 LTE 서비스에 쓰일 단말기를 가장 먼저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와이브로보다는 LTE에 주력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3년간 250여 명의 연구진을 투입해 300여 건의 관련 특허를 내는 등 LTE 표준화 작업을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와이브로-LTE 힘겨루기=이로써 4G 기술은 와이브로와 LTE로 압축됐다. 퀄컴이 자체 개발을 추진하던 울트라모바일브로드밴드(UMB)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4G는 이동 중에 100Mbps, 정지했을 때 1Gbps(1000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해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일단 상용화 면에서는 와이브로가 한발 앞섰다. KT와 SK텔레콤이 2006년 세계 첫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3위의 이통 업체인 스프린트도 서비스에 들어갔다. 인텔 역시 차세대 노트북에 와이브로 기능을 내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10월 초 삼성전자와 ETRI는 시속 350㎞로 이동하며 HD 동영상을 수신하는 ‘와이브로 에볼루션’을 선보였다. 와이브로는 무선인터넷 기술이 기반이어서 비교적 싼값에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LTE는 와이브로보다 출발이 2~3년 늦었지만 현재의 이동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버라이즌(미국)·보다폰(영국)·NTT도코모(일본) 같은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LTE를 밀고 있는 연유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장조사 업체 어낼리시스메이슨은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4억4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4G를 주도할 걸로 내다봤다. 기존 3세대 시장의 경우 유럽 방식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LTE가 실제 서비스에 들어가기 전에 와이브로가 기존 3G와의 차별성을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하는데 미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LTE가 주도권을 쥘지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와 LTE의 시장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와이브로는 기존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남미·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데 적합한 만큼 일정 규모의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만 잘 잡아도 퀄컴이 CDMA 기술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듯 적잖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일본·유럽처럼 기존 이동통신망이 잘 갖춰진 곳에서는 LTE가 강세여서 양쪽 기술을 모두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LTE 표준화 기구인 3GPP의 의장단 61명 가운데 가장 많은 6명씩을 파견하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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