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선출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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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난항을 거듭한 끝에 25일 가까스로 신임 회장을 뽑은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회장 선임과정은 그 과정만큼이나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70년 설립이래 27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총의 역대 회장은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김용주(金龍周)전방회장(70~81년),이동찬(李東燦)코오롱그룹명예회장(82~96년)등 단 2명.

이들은 재계에서'돈들고 일많고 빛도 나지 않는'경총회장 자리를 꺼리는 바람에 후임자가 없어 본의아니게 10여년 이상씩'장기 집권'하며 회장직에 머물렀다.

지난 82년 주변의'강권'으로 회장직에 추대돼 15년간 경총을 이끌어온 李회장은 지난해부터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해'회장직대'라는 직함으로 1년을 더 맡아왔다.사정이 급박해진 재계와 경총집행부는 후임회장 선임에 나

섰지만 어느 한사람 적극적으로 맡겠다고 나서지 않아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10대 그룹내의 오너급'으로 후보자격을 내정했던 경총 회장단은 후보자 선정이 여의치 않자 '연부역강(年富力强)한 30대 그룹이내의 기업인'으로까지 후보자격을 크게 낮추기까지 했다.

그동안 유력하게 회장후보에 거명된 사람은 정세영(鄭世永)현대자동차명예회장,장치혁(張致赫)고합그룹회장,강신호(姜信浩)동아제약회장,구본무(具本茂)LG그룹회장,김석준(金錫俊)쌍용그룹 회장등.

막판에는 전경련등에서 경총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張회장을 적극 밀었으나 끝내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이동찬회장은 이에따라 25일 밤늦게까지 김창성(金昌星)전방회장을 독대해“경총을 설립한 선친의 유지를 이어달라”는'유훈론'까지 동원하며 설득한 끝에 겨우 수락의사를 받아냈다.그러나 金회장도 다음달 회사업무를 이유로 지방으로 내려가 총회장에 불참,적극적인 수락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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