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도 혈통이 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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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러시아 곰을 지리산에 풀어놓는다고 한국 토종 곰이 되는가'.

러시아산 반달가슴곰을 국내로 들여와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려는 계획에 대해 '혈통 문제'가 제기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 7월부터 5년간 매년 6마리씩 총 30마리의 반달가슴곰 새끼를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도입해 지리산에 방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시민연대는 25일 "생태계 조작하는 백두대간.지리산 반달가슴곰 인공 방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시민연대 이장오 사무국장은 "도입 대상인 반달가슴곰은 '우수리쿠스(ussuricus)'아종(亞種)인 반면 북한.중국.만주의 반달가슴곰은 '울시니(wulsini)'아종으로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북한이나 만주의 곰을 반입하려는 노력을 더 하지 않고 손쉽게 사올 수 있다고 해서 러시아 곰을 도입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시각이다. 충북대 고흥선 자연대학장(생물학과 교수)도 "여러 문헌에서 러시아 곰과 지리산 곰이 서로 다른 아종으로 기재돼 있다"며 "북한이나 중국의 것을 들여오는 최선책을 버리고 차선책을 택한 이유를 공단 측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팀장인 한상훈 박사는 "한반도 반달가슴곰은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연해주 반달가슴곰과 함께 '우수리쿠스 아종'으로 분류돼 왔다"며 "연해주는 북한과 바로 인접해 있고, 우리 고대사의 터전이어서 우수리쿠스는 우리 곰"이라고 주장했다.

韓박사는 28일 연해주로 건너가 도입 예정인 반달가슴곰의 유전자를 분석, 혈통 시비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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