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북한 권력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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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정세에 관해 더 면밀하고 신중한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황장엽(黃長燁)노동당비서의 망명,최광(崔光)인민무력부장의 사망으로 북한 권력구조의 조기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사망으로 북한-중국관계 역시 어느 정도의 변

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불과 열흘 남짓동안 일어난 이러한 변화들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북한을 더욱 유동적으로 만드는 요인들이다.

김정일(金正日)체제가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7월로 예상되는 공식 권력승계를 앞두고 체제강화작업이 진행중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북한 지도부의 개편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망명한 黃비서와 같은 성향의 인물을 솎아내는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과제로 등장한 터에 최광의 사망으로 공백을 채우는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과제를 풀어갈 방향을 시사해준 것이 22일 발표된 최광 장의위원의 명단이다.무력부장의 장례식에 군부인물이 많이 포함된 것은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당연히 포함돼야 할 정치국원과 정치국 후보위원 몇사람이 빠진 점이

두드러진다.이미 권력구조 재편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유일체제라 해도 숙청작업에는 갈등이 따르고 암투가 벌어지게 마련이다.그렇지 않아도 식량난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은 이 때문에 더욱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이처럼 북한이 불안정한 상황에 빠지는 것은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안정에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불안정한 상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정치적 목적으로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또 정확하지 않은 근거로 북한의 행동을 성급히 예단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어느때보다 신중하고 사려깊은 대북

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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