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달라이 라마 만나 중국 “방자한 내정 간섭”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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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6일 폴란드 북부 항구도시 그단스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감사와 환영의 뜻을 담은 티베트 전통 스카프 ‘하다’를 목에 걸어주고 있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단스크에 온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중국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와 30여 분간 회동했다. [그단스크(폴란드) AP=연합뉴스]

“나는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유럽연합(EU) 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숙제를 했을 뿐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폴란드 북부도시 그단스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폴란드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25주년 축하 행사가 개최됐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온통 사르코지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만남에 쏠렸다.

수개월간 이 문제를 놓고 중국과 유럽, 특히 프랑스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다 지난달 프랑스 정부가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릴 예정이던 EU-중국 정상회담을 무기한 연기해버렸다. 지난해 도입하기로 약속했던 에어버스 여객기 계약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달라이 라마와의 회담을 취소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중국의 이런 태도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뒤 이날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는 30여 분간 예정된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 앞서 “중국이 냉정을 되찾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 나서 달라”고까지 말했다.

사르코지의 이런 태도를 프랑스 좌·우파는 물론 유럽 각국은 칭찬했다. EU 의장으로서 처음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의 한 언론인은 “EU 의장으로서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인권 선진국 유럽의 자존심을 지켰다”며 “중국은 목소리를 높일수록 부끄러움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잘못된 행동은 중국의 내정을 방자하게 간섭하는 것이며, 중국 인민의 민족 감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며 “중국 정부는 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중앙방송(CC-TV)에서 “프랑스는 중국과의 양자관계, 중국-EU 관계에 미친 피해를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국 국민 역시 들고 일어날 기세다. 인터넷을 통한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 등의 움직임도 있다고 유럽 현지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선 3월 티베트 유혈 사태 때도 ‘집단 애국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프랑스를 압박한 적이 있다. 당시 프랑스는 사르코지와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 등이 나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 정부에 대해 “반인권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인들은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프랑스 관광 안 하기 운동 등을 전개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 대기업들과 파리 관광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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