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말기, 정대근 전 회장 “이대로 방치하면 다 폭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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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03면

현재 수감 중인 정대근(사진) 전 농협 회장이 노무현 정부 말기 모종의 폭로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면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종증권 인수 비리에서 촉발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정 전 회장의 추가 비리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 전 회장이 어떻게 입을 여느냐에 따라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청와대 핵심 인사 “지난해 정보기관 통해 정씨 발언 보고 올라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핵심 요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5일 “지난해 하반기에 정 전 회장이 ‘나를 이대로 방치하면 다 폭로하겠다는 이야기를 측근들에게 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기관 보고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 대통령 사면을 앞두고 정 전 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농협 직원들의 탄원서와 서명이 엄청난 분량으로 청와대에 접수됐다”며 “이 즈음 정보기관에서 정 전 회장의 폭로설에 관한 보고를 받았지만 당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정 전 회장이 도대체 무엇을 폭로한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문제가 시끄러워져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 전 회장 측의 사면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매각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홍기옥(구속) 사장에게서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당시 현대차 수사와 관련한 검찰 구속을 모면하기 위한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조금씩 입을 열고 있는 정 전 회장이 정·관계 로비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 소유인 서울 양재동 부지 285평을 현대차 그룹에 팔면서 사례금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2006년 5월 정 전 회장이 검찰에 체포되자 옛 여권 인사들이 검찰 측에 “불구속 수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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