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관련 집행유예 전력 노건평씨 가중처벌 받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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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씨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업무와 관련해 알선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했을 경우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로비를 벌인 뒤 30억원을 받았다”는 노씨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그는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노씨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포괄적 알선수재’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전력이 있는 점도 노씨에겐 불리한 요소다. 노씨는 2004년 고(故)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알선수재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공범 간에 사전 모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순차적·암묵적으로 범죄 실행 의사를 가졌다면 공범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어떻게 받고 이를 나누겠다고 어느 한 시점에 묵시적으로 계획을 하지 않았고 명확한 지시가 없어도 죄가 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올 초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 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검 중수부는 2006년 기업 인수 및 대출 알선을 대가로 기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었다. 물론 김씨도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도 ▶노씨가 30억원이 청탁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정씨 형제와 노씨 사이에 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만 드러나도 처벌할 수 있다.

여기다 그가 인사 청탁과 관련해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은 재판부가 형량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재판부가 “반성의 기미가 없고, 끊임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판단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씨는 검찰이 밝힌 혐의 중 일부만 시인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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