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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도구를 만드는 생명체 인간 말고도 또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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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족관 속의 아인슈타인
클라우디아 루비 지음, 신혜원 옮김
열대림, 340쪽, 1만4800원

머리가 나쁜 사람을 가리켜 속어로 ‘새대가리’라고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말도 있다. 사람의 얼굴로 짐승처럼 잔인한 행동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연 새는 머리가 나쁘고, 동물들은 잔인할까. 생물학자이자 학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바라본 동물은 도구를 만들거나 나름의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베티란 이름의 까마귀는 철사를 꼬아 갈고리를 만들어 양동이 속의 벌레들을 끄집어냈다. 사람처럼 도구로 사냥한 것이다. 육식성 곤충인 노린재는 흰개미집 외벽에서 떼어낸 작은 조각을 몸에 붙이고 먹잇감인 흰개미들에게 접근한다. 자신을 가리기 위한 위장술이다. ‘똑똑한 한스’란 이름의 말(馬)은 덧셈·뺄셈은 물론 분수까지도 계산할 수 있었다. 한 실험 결과 아무 생각 없이 기어다니는 것 같은 구더기에게도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들에게도 나름의 도덕과 정(情)이 있음은 물론이다. 잔인한 상어들 사이에도 우정의 개념이 존재한다. 보노보라는 종의 원숭이는 전쟁 대신 성관계를 통해 권력다툼을 해결한다.

책은 이처럼 인간다움의 상징처럼 여겨진 여러 속성들을 동물들도 가지고 있음을 쉬운 말로 보여준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도 “인간과 고등동물의 이해력 차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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