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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사망 '예고된 일' 거리는 평온-중국현지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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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정부는 19일 사망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애도기간을 6일간으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준수토록 지시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0일 발표했다.외교부에 따르면 鄧의 사망일이 19일이기 때문에 20일부터 25일까지가 애도기간

이 된다.중국정부는 장의기간중 베이징(北京)주재 외국기자들에게 추도대회와 기타 조문활동에 대한 현지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외교부는 외국 및 대만.홍콩.마카오 기자들의 베이징 방문취재 역시 접수하지 않으며 장의기간중 외교부의 정례 뉴스브리핑도 일시 중지한 후 오는 27일 재개할 예정이라고 통보.鄧의 사망사실과 동시에 발표된 장의위원회는 장쩌민(江

澤民)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주임위원으로 해 모두 4백59명의 전.현직 고위지도자들로 구성.한편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날 전국에 최고경계령을 내렸다고 군소식통들이 밝혔다.

…鄧이 사망한 뒤 5시간만에 발표된 장문의 성명은 89년 천안문 민주화시위의 유혈진압에서 보인 鄧의 역할을 정당화하는데 신경 쓴 모습.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작성해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한 이 성명은 천안문시위의 유혈진압 결정을 암시하

면서 鄧이 국내의 정치적 혼란속에서 명확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칭송.

…鄧의 사망발표 50분전인 20일 오전2시(한국시간 오전 3시) 중국 최대의 전파매체인 CCTV는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주더(朱德)등 공산혁명 제1세대가 겪은'대장정(大長征.1934~36년)'행적을 방영.'대장정

에 관해'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역사기행 성격을 띠고 있는데 중국측이 과연 이를 鄧의 사망에 맞춰 방송했는지는 미지수.

…중국정치의 심장부를 상징해 온 천안문광장은 전날밤부터 다음날 오전4시30분까지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어 鄧의 사망이 공식발표된 뒤에도 몇 시간 동안 텅빈 상태로 유지.

천안문광장 경비병들은 기자들이 접근해 鄧의 사망소식을 전하자 이를 알지 못했던 듯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베이징 북부에 있는 鄧의 사저(私邸)에도 2명의 무장경비병만 배치돼 있을 뿐 정적을 유지.

…鄧의 사망이 20일 오전2시44분(현지시간) 공식발표된데다 해외를 겨냥한 관영 신화통신과 단파TV를 통해서만 발표돼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날 아침에 일어나서야 鄧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시민들은 그러나 鄧이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사망소식에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이날 아침 출근에 나선 한 근로자는“鄧은 위대한 인물이지만 그의 죽음이 중국에 큰 변화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

…鄧의 죽음을 맞은 베이징은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시내 곳곳의 대형 전자제품매장 쇼윈도앞에는 심각한

표정의 시민들이 떼를 지어 애도방송을 시청하는등 베이징

시민들은'차분하지만 뜨거운'관심을 보였다

.1시간째 TV앞에서 鄧의'치적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는 한 시민은“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둥 하나가 빠져버린 것 같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20일 쓰촨(四川)성 광안(廣安)현에 있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생가에 이날 아침 일찍부터 조문객이 몰려들어

울먹이는 장면을 방영.

오른쪽 가슴에 하얀 국화꽃을 단 수천명의 조문객들은 십여명씩 줄을

지어 鄧의 영정에 90도 각도로 절을 올린뒤 잠시 묵념하고는 비통한

표정으로 영정앞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세살짜리 아들을 안고 조문온 30대 남자는“鄧동지는

궁런(工人.노동자)들을 위해 큰 일을 하신 분이었다”고 말하고“비통한

마음을 가눌길 없다”며 울먹였다.

…20일 오전에야 신문과 텔레비전등을 보고 鄧의 사망소식을 접한 홍콩과

대만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듯 침착한

모습들.

아침 출근길에 소식을 접했다는 홍콩텔레콤의

허용사오(何永昭)는“鄧선생의 나이가 많은 데다 최근 위독설이 나돌아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鄧의 사망이 홍콩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

…대만 국방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鄧사후 중국인민해방군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중국 인민해방군의 이상동향을 나타내는 징후가

있으면 기존 전투수칙에 따라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

한편 대만대륙위원회 관계자는 대만인들에게“평온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하고“당국은 鄧사후에 대비한 광범위한 대응방안을 갖고 있다”고

발표. [베이징.홍콩=이양수.진세근.유상철 특파원]

<사진설명>

鄧사망 大書特筆 홍콩언론

오는 7월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에서 20일 한 버스승객이 덩샤오핑

사망기사가 실린 신문을 관심있게 읽고 있다. [홍콩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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