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아트' 25일부터 애니메이션 작품상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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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움직이는 그림을 뜻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보통 디즈니류의 만화영화를 떠올린다.그래서 국내에선 애니메이션 육성정책이 고부가가치의 산업전략적 측면에서 고려되고 있고,또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사람들도 극장용 만화영화나 TV만화영화

제작에 치중한다.지난해엔'아마게돈''홍길동''헝그리 베스트 5'등 극장용 만화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쏟아져 나오는 이상 과열을 보이기도 했다.

25일부터 3월2일까지 문화학교 서울시사실(595-6002)에서 작품상영회를 갖는 애니메이션제작소'퓨처아트'는 소위 만화영화만이 애니메이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작품으로,또 강연으로 보여주는데 힘을 기울이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이다.전승일(32).나기용(31).정동희(30)씨등 30대 초반 세사람이 이끌어가는 퓨처아트는 95년1월 창립됐다.각기 서양화를 전공한 이들은 80년대에 민족미술운동을 펼치면서 만나게 됐다.하지만 미술이 지닌 귀족적.개인적인 작업에

한계를 느껴 보다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자연스레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컴퓨터로 평면 애니메이션작품을 만든다.상업 만화영화의 경우 애니메이터들은 각기 분업화된 작업을 하지만 이들은 개개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을 만드는 독립적인 작업을 해낸다.전승일씨는 퓨처아트가 지향하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예술지향.독립정신.작가주의'라고 요약한다.

지금까지 2년동안 이들이 제작한 20여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그래서 만화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면 매우 생소하다.밝고 환상적인 이야기보다 바로 우리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지하철을 통해 현대도시의 비정함을 표현한'Su

bway'(나기용 감독),방독면을 쓴 도시인의 모습이 환경문제를 환기시키는'내일 인간'(전승일 감독),몰핑기법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보라!동방에'(정동희 감독)등은 진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극장을 통한 관객만나기가 힘든

이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동안 만든 전작품을 한데 모아 상영한다.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 본선진출,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 본선진출등 미약하나마 조금씩 예술세계를 인정받기 시작한 이들은 오는 5월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영

화제에도 4편의 작품을 출품한다.앞으로 정기적인 발표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은“현재 상영중인 진흙애니메이션'월레스 앤 그로밋'의 작가 닉 파크도 그전에 길을 닦아놓은 선배가 있었기에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우리도 우리나라에 독립 애니메이션을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제작소

퓨처아트의 멤버들.정동희.나기용.전승일감독(왼쪽부터).

<사진설명>

'내일인간'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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