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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벤처기업 물주 '에인절클럽' 곧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 도심 한 일류호텔의 비즈니스센터 미팅룸.

이른 아침 말쑥한 차림의 신사 30여명이 모여 앉아 식사와 함께 인사를 나눈 뒤 최근 초고속 모뎀을 개발한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사장을 연단에 세우고 질문세례를 퍼붓고 있다.기술의 상업화 여부,향후 투자계획등 장시간 질문공세가 끝나

면 각자 투자할 금액을 적어낸 뒤 헤어진다.

이처럼 첨단 벤처기업 투자설명회를 겸한 격조 있는 사교모임인 '에인절(Angel)클럽'이 조만간 국내에 처음 등장한다.

에인절(천사투자가)이란'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초기의 신생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이르는 말.

미국에서는 1백여만명의 에인절들이 유망 벤처기업들을 골라 과감한 투자에 나서 첨단산업 육성의 밑거름을 이루고 있다.재력가나 사회지도층으로 구성되는 에인절들은 각종 모임을 통해 벤처기업을 소개받아 투자대상을 고른다.

에인절클럽 도입은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소액 벌떼 투자자'들의 자금을 벤처기업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투자대상인 신생 벤처기업이 도산할 경우 투자금 전액을 날릴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수단이라는게

주의해야할 점.

국내에서 에인절클럽 결성을 주도하는 곳은 메디슨.한글과컴퓨터등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들이 공동설립한 무한기술투자(대표 李仁圭).3월말부터 에인절클럽을 결성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무한기술투자측은 모임 주선과 벤처기업 중개등

을 전담하게 된다.

무한기술투자는 일단 기업체 임원.교수.의사.변호사.고위 공무원등 30명 정도의 회원을 모집해 모임을 이끌어 갈 계획.한 사람의 거액 집중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계좌당 투자액을 2억원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또 회원들의 투자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6월엔 유망 벤처기업들을 한데 모아 투자설명회를 갖는'벤처페어'도 개최할 예정이다.이 자리엔 정보통신,멀티미디어,의료.생명공학,메카트로닉스,엔터테인먼트등 5대 주력업종의 신생 벤처기업들이 소개

된다.

무한기술투자는“이 가운데는 투자가 잘될 경우 2,3년후에 2~3배 이상 수익을 내는 회사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개인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경우 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등의 세금부담 때문에 이같은 에인절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무한기술투자 李대표는“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톡옵션제와 함께 에인절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라

며“투자에 대한 세액감면,투자실패시 세액공제등 투자육성책의 제도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도 올해부터 창업활성화를 위해 에인절제도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어서 유사 에인절클럽 등장이 늘어날 전망이다.중기청 관계자는“현재 제조업의 1%에 불과한 벤처기업을 2005년까지 25%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상

반기중 육성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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