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 돈 여야에 유입 노건평씨보다 결과 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검찰 고위 관계자는 4일 박연차(62)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박 회장 관련 사건이 노건평씨 수사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이 여야에 모두 보험을 들어둔 것 같다”며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치권에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인사들의 명단이라는 이 리스트엔 노무현 정부 실세들과 여야 정치권 인사 10여 명의 이름이 들어있다.

박 회장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에게 회사 직원과 가족들 명의로 300만~500만원씩을 후원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었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44)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7억원을 건넸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직전까지 한나라당 재정위원이었으며 특별당비를 10억원가량 냈다.

대검 중수부는 ▶200억원대 개인 소득세 탈세 ▶세종증권 주식 매입 과정에서의 미공개 정보 이용 ▶휴켐스 헐값 매입 ▶정대근(64·구속) 전 농협 회장에 대한 20억원대 로비 혐의 등으로 박 회장을 출국금지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다음 주말께 박 회장을 소환 조사해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항공기 내 소란 사건과 관련, 이날 부산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앞서 취재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하지만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제4형사부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세종증권 인수 로비를 공모한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6)씨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실질심사 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2005년 2월부터 2006년 1월 사이에 여러 차례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서울에서 만나 “세종증권을 인수해 달라”고 청탁해 성사시킨 혐의다. 노씨는 인수 로비에 나서기 전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로부터 “성사되면 20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며 실제 성사 후 정화삼·정광용씨 형제를 통해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은 모두 노씨에게 갔지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감시를 피해 정씨 형제에게 관리를 맡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