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업 같으면 벌써 사망선고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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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광물을 조성해 첨단화합물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운영한다. 실물 경제를 수십 년간 경험한 그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사상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의 업체도 최근 제조 라인을 대폭 축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선 내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관련 민생법안들도 발이 묶였다.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그는 “지금 같은 경제 상황은 기업으로 치면 긴급 자금이 투하돼야 할 시점인데도 국회는 늑장 대처를 하고 있다”며 “기업에서 만일 이랬다면 그 기업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경제학자 출신 의원들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정쟁에 매달리는 국회를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실물 경제에서 ‘타이밍이 곧 생명’이란 걸 잘 아는 그들이기에 비판은 더욱 절실하다.

2009년 예산안 처리가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장을 점거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견 제조업체 동일고무벨트 대표인 김세연(부산 금정) 한나라당 의원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심정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국회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국회는 이사회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이면 국회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경제난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정부 예산안의 법정처리 기한(2일)을 넘긴 3일에야 예산심사소위 구성을 마쳤다.

제조업체들이 집중된 구미 지역의 김성조(구미갑), 김태환(구미을) 의원도 모두 기업인 출신이다. 마침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는 구미를 찾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업체 대표들의 어려움을 직접 전해 들었다.

김성조 의원은 “업체 대표들을 만나면 ‘제발 미국처럼 빨리 자금을 돌게 해 달라’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며 “돈 흐름의 정책이 바로 예산 아닌가. 예산안을 빨리 처리해 주는 건 기업들을 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태환 의원도 “기업은 경제위기를 맞아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야당은 정략적으로 여당의 발목을 잡고 여당은 야당의 눈치만 보는 등 정치권은 여전히 여유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승용(전남 여수을) 민주당 의원도 “하루 빨리 예산안을 처리하고 자금이 풀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수 석유화학공단에서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역 공장 상당수가 가동률을 대폭 낮췄다”며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여당이 대승적으로 받아줄 건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KT 대표 출신인 이용경(비례대표) 창조한국당 의원은 “기업에서 변화를 이끌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라며 “여도 야도 대국적으로 포용하면서 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나성린(비례대표) 한나라당 의원은 “경제주체들은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투자와 집행계획을 짜는데 이것이 지연되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비효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효율 극복을 위해선 다수결의 원칙을 확실히 적용해야 한다. 토론을 충분히 하되 결정은 분명히 내려야 한다”며 “다수결 처리를 날치기로 몰아붙이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비상시국인 만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예산안을 빨리 합의해서 내년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며 “여야 구분 없이 양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영·김경진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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