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온 과장없는 깔끔한 가족 코미디 ‘과속스캔들’이 예매 1위에 올랐다. 200만 돌파를 앞둔 ‘미인도’의 선전도 꾸준하다.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순정만화’까지 5위권에 한국 영화가 4개나 든 상황. 그러나 절대적인 관객 급감으로 충무로의 신음소리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과속스캔들’의 철없는 가장 차태현은 과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최근 흥행에는 신통치 못한 결과를 보여왔던 그지만, 모처럼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에 영화계의 관심도 쏠려 있다.
양성희 기자
‘과속스캔들’(12세) ★★★☆
감독: 강형철
주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매사 껄렁대고 무책임한 듯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남자 차태현. ‘과속스캔들’은 이 차태현의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한다. 한때 최고 아이돌에서 지금은 과거를 팔아먹고 사는 라디오 DJ로 전락한 그. 어느 날 그를 찾아온 22세 시골 처녀 정남은 자신이 그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정남에게는 또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다.
대물려 사고를 친 부녀의 이야기를 그린 ‘과속 스캔들’은 예상외로 안정적인 매음새를 보여주는 코미디다. 억지나 감정의 과잉이 없고 미혼모, 10대 출산같은 민감한 이슈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딱 본인 그대로를 연기하는 듯한 차태현의 자연스런 연기에 신예 박보영, 천진한 아역 왕석현의 연기 앙상블이 흐뭇하다. 나이답지 않게 서늘하고 당찬 아우라를 발휘하는 박보영은 이 영화가 건져 올린 최고의 수확이다. 낯 간지럽지 않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니, ‘가족화합용’으로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