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 외국사 진출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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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92년 선경과 함께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확보했던 미 GTE사는 선경의'2통'반납으로 한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지난해는 역시 국제전화사업권을 위해 롯데그룹과 손잡았지만 좌절됐다.외국기업들이 얼마나 한국 통신시장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지난 16일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기본통신협상에 따라 오는 99년이면 외국인도 한국통신을 제외한 데이콤.온세통신.한국이동통신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외국기업이 국내 전화회사의 소유주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부 정홍식(鄭弘植)정보통신정책실장은“동일인이 가질 수 있는 지분에 상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이 전화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석호익(石鎬益)정책심의관도“데이콤.한국이동통신

의 경우 외국기업들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다 해도 이사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한다.아주대 양유석(梁裕錫.경영학)교수는“외국에서 거래되는 한국이동통신의 주식이 국내 시세의 두배일 정도로 이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이 외국 투자가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梁교수는 지분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국제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모든 기업들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서로의 주식을 바꾸며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적 제휴가 이미 이뤄지고 있기때문이다.영국 BT사와 미 MCI사가 손잡

고 미국전신전화(AT&T)사가 전세계의 주요 통신사업자와 글로벌원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데 동일인지분상한은 국내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에 족쇄를 채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요즘같은 불황에서 지분규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재원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이밖에 주파수공용통신(TRS)이나 무선호출의 지역업체 또는 전국 무선데이터업체들이 외국업체의 주된 공략대상이 될 것이

라는 전망도 있다.

외국인 지분제한문제와 함께 이번 통신시장개방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음성재판매.

음성재판매는 통신사업자가 한국통신.데이콤등의 전용회선을 대량으로 빌려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망과 연결,시외.국제전화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다.정보통신부는 이제까지 전용회선을 시내전화망과 연결시키는 것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99년부터 외국인 지분이 49%인 음성재판매회사의 설립이 가능하게 되고 2001년이면 지분을 1백%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는 음성재판매 허용이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외국인에 대한 개방에 앞서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준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내 장거리전화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인 MCI사도 74년 음성재판매사업을 시작하면서 AT&T사 1백년 독점을 무너뜨렸다.영국도 80년대말 이 서비스를 허용했고,일본의 경우 95년부터 부분적으로 허용해주기 시작,지난해 11

월 시외전화부문에 1백% 외국인 투자를 허용했다.

음성재판매가 허용되면 자동적으로 인터넷폰.콜백등 유사 전화사업의 본격 영업도 가능해진다.

과열된 유사전화사업은 기존 전화사업의 뿌리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이의 견제책으로는 ▶사업허가절차를 엄격히 하고 ▶접속료를 부가하는 방안이 꼽히고 있다.현행 관련법은 전기통신사업을 ▶전기통신설비를 보유했는지 여

부와 ▶음성.비음성의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한다.

음성재판매등 유사전화서비스는 다른 회사의 설비로 음성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전화와 부가통신의 중간형태다. 〈이민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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