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臣정치 벗어날 묘책 구상-권노갑 의원 쇼크 長老끝낸 김대중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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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권노갑(權魯甲)의원의 한보게이트 연루혐의 이후 들어갔던 1주일간의 칩거를 청산,16일 서울 서교동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17일부터는 당무에도 복귀한다.

그는 지난 10일 무릎에 찬 물을 빼낸 뒤 일산 자택에서 안정을 취했다.16일 성당에선 걸음걸이도 평소와 다를 바 없고 표정도 밝아 보였다.

7일간의 두문불출은 95년 국민회의 창당이후 가장 긴 휴식이다.박지원(朴智元)기조실장은“마음이 더 아팠을 것”으로 金총재의 휴식중 심정을 대변했다.어찌됐든 權의원의 구속은 金총재에게 핵심 측근의 공백을 의미한다.

權의원에 대한 金총재의 감정은 대부분 안타까움이지만 섭섭함도 일부 섞여 있는 것같다.한 재선의원은“權의원이 끝까지 전모를 밝히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金총재 주변의 기류를 종합하면 칩거중 金총재의 장고(長考)는 대략 3가지 주제로 압축된다.상도동과 동교동을 같은 부류로 보는 국민들의 불신감 해소가 첫번째다.한 총재특보는“국민들 간에는 한보 비리에 상도동과 동교동의 측근들이 대거 관련되자'DJ가 집권해도 부패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는 생각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金총재는 이런 정서등을 가감없이 보고받고 가신(家臣)정치,측근정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인적.제도적 장치를 신중히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더 큰 관심은 대여(對與)공세의 수위를 어느 선으로,초점을 누구에 맞추느냐는데 모아진다.주말에 金총재와 독대한 한 의원은 “한보의혹 진상 규명과 별도 차원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정부가 제대로 임기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대선 전략이나 남북관계등을 감안할 때 여권이 힘의 진공상태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란 것이다.

한 핵심참모도“밀어붙일건 밀어붙이되 12월까지 호흡조절을 해가며 탄력 있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렸다”고 비슷하게 말했다.

이와 관련,16일 오후 임시국회 대표연설을 하게 돼 있는 신낙균(申樂均)부총재와 가진 요담 내용이 주목된다.대표연설은 金총재가 향후 정국을 어떻게 펼쳐보일지 방향타가 될 것같다.

당내에서 權의원의 공백을 메우는 일도 실질적인 중대사안이다.金총재는“당내 일대 탕평(蕩平)책을 통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라”는 수도권및 초선 의원들의 건의를 받고 당직개편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여권 태도를 봐가며 폭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당내 역학관계 조정과 관련해 한보사태이후 급격히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김상현(金相賢)의원,4개월정도의 정치방학을 마치고 대여 투쟁 대열에 참가한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어떻게 운용해나갈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현종.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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