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축은행에 1조3000억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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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채권 1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은행들이 맡긴 돈에 이자를 지급해 대출 여력을 높여주기로 했다. <본지 11월 29일자 12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일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PF는 부동산 건설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수익금을 받아가는 것이다. 조사 결과 전체 899개 PF 사업장 중 189개(21%)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악화 우려’로 분류됐다. 금액 기준으론 전체 PF 대출의 12%인 1조5130억원에 달한다.

447개(50%) 사업장은 ‘정상’, 사업성이 있지만 일부 애로가 있는 ‘주의’ 사업장은 263개(29%)였다.

캠코는 악화 우려 사업장 중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121개 사업장의 대출 채권 9000억원어치를 먼저 매입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 중 담보가 충분한 4000억원어치도 사들인다. 일단 장부가의 70%로 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실제 캠코가 부실 자산 매입에 쓰는 돈은 1조원 정도다.

금융위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은 “매입 자금은 캠코가 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달할 것”이라며 “경제상황이 나빠져 저축은행에 추가 부실이 나면 캠코의 자본금을 증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자금은 정부가 국회 동의를 받아 마련하는 공적자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번 부실 자산 매입으로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7~1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9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17%다.

한은도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은행들이 예치해 놓은 지급준비예금에 대해 5000억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대출 여력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다. 한은법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예금에 이자를 줄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까지는 지급하지 않았다.

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한은의 공개시장 조작 대상 증권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 채권을 매입하면 공사는 이 돈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매각하면 위험 자산이 줄어 BIS 비율이 높아지고 대출을 더 할 수 있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은행이 지금보다 6조3000억원 정도를 더 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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