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홈페이지 누드모델 게재 경찰서 잡혀갔던 강모씨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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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헤헤!인터넷,플레이보이 보는 것만 배워도 본전은 뽑는다'.요즘 잘 팔리는 한 인터넷 입문서의 광고카피다.노골적일 만큼적나라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한글 검색기(까치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보는 정보는 성(sex )에 관련된것이 56.2%로 압도적이었다.지난해말 국내에서 컴퓨터통신을 이용하는 사람이 3백만명을 넘어섰고,국제 컴퓨터통신망인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약 5천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도 컴퓨터 음란정보물의 단순 소비단계를 벗어났다.컴퓨터통신을 이용해 음란물을 광고하고 주문판매하는 행위는 이미 옛날얘기다.지난달에는 컴퓨터내에 음란사진을 전시해놓고 돈받고 보여주다 구속된 예까지 생겼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컴퓨터에 누드모델사진 몇컷 모아놓은 것 때문에.음화반포죄'로 경찰에 잡혀갔던 강모(26.회사원)씨는 지독히 재수없는 경우다.
“솔직히 남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여체 사진을 보기 좋아하는것 아닙니까.저는 특히 한국계 미국인 누드모델 이승희씨를 좋아합니다.그래서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 내가 만든 홈페이지에 모아놓았습니다..좋은'그 림을 가지고있으니까 주위에 자랑하고 싶더군요.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냥 보여주었죠.” 처음 시작은 그렇게 단순했다.그냥 좋아해 사진을 모았고,남들도 즐기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이어 이승희씨가 미국의 성인잡지 표지모델로 나오고 그녀의사진을 실은 홈페이지가 전세계에 걸쳐 1백여개로 늘어나는등 인터넷의 헤로인이 되 자 강씨는.한국여성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알렸다'는 자부심까지 생겨 영어로.위대한 한국인(Great Korean*)'이란 문패까지 붙였다.
사실 그는 별다른 죄의식같은 것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인터넷에 그런 그림이 흔하기 때문이었다.그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방문한 포르노성 홈페이지만 해도 수백개.그중 한국사람이 만든 것만 10여개나 됐다.강씨 자신의 컬렉션은.점잖은 편'이라고 주장한다.불행히도 그의 홈페이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에불려가게 됐지만.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강씨에게 동조한다.강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사실이 보도된 직후 컴퓨터통신에 게재된 몇가지 코멘트. “이상하다…넷(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쇼킹한 사진을볼 수 있는데 이런 누드사진(포르노가 아님)을 올렸다고 경찰에서 수사라….” “이승희사진 본 사람 다 알지만 예술적인 누드사진 정도를 가지고… 무서워 살지도 못하겠군.” 그래서 강씨는처음 경찰에 출두할 때만 해도.당당히 입장을 밝히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그러나 지금 그의 심경은 바뀌었다.
“새벽까지 혼자 컴퓨터를 만지면서 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너무 이기적이었나 봐요.경찰조사를 받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다보니 내가 컴퓨터속에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속의 섹스정보는통신망을 타고 들어온 사람들의 본능을 유혹한다.그리하여 인터넷에 빠져 있는 사람과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음란의 개념은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인류의 역사를 양분하는 BC라는 개념을 이제 .예수탄생 이전 '(Before Christ)에서.
사이버탄생 이전'(Before Cyber)으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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