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독재 투쟁이라니 … 5공 시절 야당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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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당 내 모임인 ‘민주연대’의 출범이 야당의 강경선회를 예고해 걱정스럽다. 주최 측은 스스로를 ‘개혁그룹’이라고 말하지만 그 주장을 보면 ‘강경투쟁’ 노선임이 분명하다. 모임을 주도한 김근태 전 의원은 격려사에서 현 정부를 ‘민간독재’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투쟁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 민주광장으로 집결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런 인식이 민주당 내에선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듯하다. 2일 출범식엔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격려했다. 그러나 제1야당의 강경투쟁론은 시대착오적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5공 군부정권이 사라진 이후 20년간 다섯 번이나 정권교체를 경험한 나라다. 민주당도 두 번이나 집권한 경험이 있는 정당이다. 민주절차가 확립되고, 그 제도 속에 자리잡은 정당이 어떻게 의사당 아닌 길거리로 나서 투쟁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도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탄생한 합법 정권이다. 현 정권의 정책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고, 또 국정운영이 아무리 무능하게 보이더라도 독재라고 몰아붙여선 곤란하다. 민주당과 집권여당은 서로가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그 와중에 고통받고 있는 민심이 야당의 강경투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생산적인 국정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예산심의가 법정기한(2일)을 넘겼을 뿐 아니라 민주당이 불참하는 바람에 아예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각종 법 개정안도 산적해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원인’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29.5%)가 ‘무조건 비판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인 온건론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를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민주정책연구원장)에 이어 강봉균 의원도 2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정당 내부에서의 논의는 다양할수록 좋다. 그러나 대안 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에 국정운영의 책임감이 빠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