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代 '이유없는 반항'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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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 미국사회의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 시절 기성질서에 반항하고.전쟁 아닌 사랑'을 추구했으며 장발에 로큰롤을 흥얼거렸다..이질적인 세대'로 자라난 그들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미국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자리잡고 21 세기 정보화사회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일에 열중이다..교육 대통령'이 되기를 선언한 클린턴 자신도 이른바 이 베이비붐 세대에속한다. 그렇다면 요즘 미국사회의 젊은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요즘 10대들은 기존 질서를 뒤집으려고 하기보다 그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IEL(Institutefor Educational Leadership)의 인구통계학자인 해럴드 호킨슨 박사는 미국의 10대들을 이렇게 정의한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발달하는 테크놀로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조직,.좋은 직업'에 대한 무한경쟁의 환경에서 자라나는 요즘의 미국 10대들은.적응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10대들은 어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탈락한다는 비정한 상황을 반영한다.코네티컷의 소비자양태 조사기관인 양켈로비치 파트너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11세 사이의 응답자중 84%가 성인들과같은 수준의 휴식이나 여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널리 통용되지는 않지만 몇몇 신문.잡지들은 이같은 미국의 10대들을 .Y세대'라고 부른다.
석사학위 정도로는 좀체로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운 세대,하지만 이들을 받아줄 대학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학비는 더한층 오르는 상황,인터넷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익힌 첫 세대,이웃집친구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사귄 친구와 더 친숙한 세대,인종간 차이에 별로 구애받지 않을 세대….
이런 것들이 Y세대 특징으로 꼽힌다.10대들이.적응형'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첫 사회현상은 범죄가 줄어드는 것.최근 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80년대 후반 이후 계속 높아지기만 하던 18세 미만 청소년 범죄율이 95년에 처음으로 꺾 였다.이는 특히 15세 미만의 범죄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10대 범죄에 대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회의론도 있다.그렇지만 청소년들의 건전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에 많은예산을 지출해온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기 때문에 10대들의 장래를 조심스레 낙관해도 큰 문제는 없을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0대들을 사회에 순응시키기 위한 노력은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거나 청소년 통행금지 시간을 정하는등의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10대들보다 한 발짝 앞선 대학생들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 전역의 대학 1년생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연례 조사인 UCLA 고등교육연구소의 최근 조사는 미 대학생들이 자신감에 차있고 갈수록 건전해지며 보수적이 되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있다. 즉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 참여가 크게 늘고 있으며,섹스.낙태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대학생들이 계속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그늘진 측면도 있다.예컨대 담배를 피우거나 마리화나등의마약에 손을 대는 미국 고교생들은 92년 이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미국 젊은이들이 과거의 베이비붐 세대보다 훨씬더 사회에 적응을 잘하고 보수적인 것만은 틀림없다.그런데다 빌클린턴 대통령등 이미 기성인이 된 베이비붐 세대들이 청년.청소년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 고 있어 미국사회의 장래는 그다지 어둡지 않은 것같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사진설명> 최근 미 보스턴에서 열린 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한 청소년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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