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한국 官治금융관행 고칠 기회-아시안월스트리트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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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보철강의 도산으로.한국주식회사'는 최악의 시기에 다시 한번타격을 입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최근 노동법개정에 항의하는 근로자 파업사태의 고비를 넘기는 듯했고,증시도 1년이상의 하락세에서 전환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한보의 도산은 그에따른 온갖 비리와 함께 이런 몇가지 호재를 압도하고 말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도 있을 수 있다.지난해부터 한국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에서 후퇴했다.몇년간 잠잠하던 금융권에 대한이른바.창구지도'가 되살아난 것이다.이 위험스런 관행이 재연된것은 한국의 재벌들이 어려운 시기를 모면하기 위 해 은행에 압력을 가할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기 때문이다.주가하락과 경상수지적자등 점증하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한국정부는 창구지도라는 종전의 악습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한보의 부도는 이런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 여준다. 사실 한보 스캔들은.한국식 개발모형'이 안고 있는 약점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지난해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기소에서 드러났듯 정책금융에는 대가(代價)가 따르게 마련이다.기업총수들은 그 대가 로 정치 비자금을 제공해야 했다.이것이 노태우 전대통령이 6억6천만달러를축재한 방법이다.사실 한보그룹의 창업자이자 총회장인 정태수(鄭泰守)씨는 지난해 盧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재벌총수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전문가들은 한보가 당진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은행에 대출압력을 가했다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한보는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22배에 이른다.한 전문가는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에서 자금상의 애로를 피하려면 소요자금의 절반이상은 반드시내부적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보는 분명히 제철소를 건설할만한 기업이 아니었다는 얘기다.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의 순(純)현재가치가 마이너스라고 지적한 다.이는 앞으로 몇년간 이익을 얼마를 내더라도 자본비용을 메우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 사업이 시작됐을까.최선의 추측은 정부 관리들이 한국이 강판 수입국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자급자족'에 대한 이런 식의 맹목적 추구는 불행하게도 몇개 은행들을중환자실에 입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이번 사태 로 세계 최고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가 이들 은행에 대한 신용도를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몰락은 한국인들이 경제에서 관리들의 역할에의문을 제기할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줬다.창구지도는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은행가들을 양산했다.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라 외국은행들에 문호를 개방해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정리=김종수 기자] 정리=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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