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고스톱'은 대화문화 결핍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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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설 명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화투놀이다.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모였다하면.고스톱'으로 대표되는 화투놀이를 좋아할까. 이 현상에 대해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두영(趙斗英)교수는“우리나라는 수백년간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순종문화는 발달한데 반해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 대화문화가 결핍된 탓”이라면서“1대1의 대화문화가 형성돼가는 요즈음 신세대가 성인 이 되는 시기엔 고스톱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의 상황을 대화문화가 성숙돼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즉 하고 싶어도 맨 정신으로 못하는 말을 술을 마신후 술 힘을 빌려 하듯 도박도 술처럼 일종의 대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 그러면 실제 고스톱판은 어떠한가.고스톱은 일종의 도박이다.도박판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가 필요없다. 단지 패에 의해 남을 꺾으면 되는 것이다.또한 보통때 하기 어려운 반말.욕설등도 쉽게 할 수 있다.즉 평상시 자신을 얽매는 도덕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름판의 승리를 통해 인간의 공격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데다 자신을 억압해오던 성인에 대한 열등감도 극복할수 있다. 또한 화투패를 깔 때.무슨패가 나올까'라는 기대및 흥분감은 정신적 쾌락을 주기도 한다. 서울대의대 약리학 서유헌(徐維憲)교수는“극도의 긴장상태에선 우리 몸에서 나오는 마약성분인 엔돌핀이 긴장을 완화해 기분을 좋게 하는데 순간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필요한 도박을 할 때도 엔돌핀이 분비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힌다. 결론적으로 명절때 일가친척이 한데 모여 재미있게 고스톱을 친다는 것은 욕망해소와 기존의 억압적 도덕률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趙교수는“고스톱이 노름이긴 해도 개개인이 절제할 수 있는 수준에선 특별한 우려감이나 대책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명절때 즐기는 화투놀이는 대화 매개체 역할을 할뿐 아니라 공격본능 만족.성인에 대한 열등감 극복등 정신건강에도 이로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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