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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사찰 입구 저 소나무 숨 좀 쉬게 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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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속세의 개발 바람이 산사까지 밀려들면서 아름다운 숲과 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찰생태연구소는 26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 회의실에서 전국 108개 주요 사찰 주변의 숲과 환경 실태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조계종본사(전통사찰)와 생태가치가 뛰어난 사찰 등 108곳을 골랐다. 조사는 2002년 4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7년 동안 진행됐다. 오대산 월정사 등 다섯 곳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집중적인 생태조사도 진행했다. 사찰 숲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1929년 일본인 학자들 조사 이후 처음이다.

환경에 대한 무관심으로 맑고 깨끗해야 할 사찰 주변의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인천의 한 사찰에서는 진입도로를 포장하면서 소나무 바로 옆까지 아스콘으로 덮어 나무의 성장에 지장을 초래했고(左),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는 드럼통에서 태운 쓰레기 재를 방치해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찰생태연구소 제공]


연구소 대표이면서 불교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일(59) 대표는 “영월 법흥사, 오대산 월정사, 해남 미황사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숲이 잘 보존된 곳도 많았지만 훼손하는 사례도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관광개발을 위해 개발을 종용하기 때문에 숲이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남 통영 미륵산 용화사 주변에는 사찰 측의 반대에도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지자체 지원 사업이어서 산림 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찰 측이 신고 없이 소규모로 개발하다 적발돼 벌금을 무는 사례도 20% 정도는 된다. 김 대표는 “문제가 드러난 사찰별로 보고서를 보내고 조계종 환경위원회에서도 ‘환경 사찰 만들기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대 전영우(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를 활용해 승가대학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에서 스님을 대상으로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에 무관심=연구소는 관광객들이 사찰 문화를 존중하면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환경적인 해우소(화장실)가 사라지고 대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이 늘고, 발우공양이 사라지고 식판 공양이 자리 잡으면서 순례객이 남긴 음식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 사찰 주변 식당에서는 생활하수를 정화하지 않고 인근 계곡으로 그대로 흘려 보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경북 문경 봉암사 숲에서는 고란초와 까막딱따구리·하늘다람쥐·수달·삵이 발견됐다. 청송 주왕산 대전사 숲에서는 사향제비나비와 둥근잎꿩의비름·망개나무의 서식이 확인됐다. 강원도 정선 정암사 숲에는 긴점박이올빼미가 날고 주목과 산작약이 자라고 있다. 모두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들이다.

에코붓다 유정길 대표는 “어떤 게 소중한지 알아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108개 사찰 생태조사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며 “선조들 덕분에 좋은 도량(절)에서 수행을 하는 만큼 잘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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