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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현금잠김비율’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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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내 제조업체의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익성은 나빠졌는데 외상 매출채권과 창고에 쌓인 재고는 크게 늘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에 돈이 안 돌 땐 이렇게 ‘묶인 돈’이 매출액과 비교해 너무 많은 곳은 위험하다. 반대로 묶인 돈이 적은 기업은 경영과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국내 대표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코스피200에 포함된 주요 제조업체 111곳의 매출액 대비 순익률은 2004년 4분기 11.1%에서 올 3분기 6.5%로 뚝 떨어졌다. 수익성이 거의 반 토막 났다는 뜻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자산회전율은 올해 제법 높아졌다. 그러나 여기에도 환율 착시 효과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출이 늘어 매출액이 부풀려졌지만 실제 수출물량은 줄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안정되면 매출이 확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영업에 묶이는 돈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순운전자본’이다. 기업 입장에서 ‘받을 돈’ 성격인 매출채권·재고·미수금 등에서 ‘줄 돈’ 성격인 매입채무·선수금 등을 뺀 금액이다. 주요 상장 제조업체 111개의 순운전자본은 올 2분기 1조7000억원에서 3분기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그만큼 재고나 외상 판매가 늘었다는 얘기다. 돈이 많이 묶인 기업은 단기차입금도 늘었다.

이럴 때 주목해야 하는 지표가 ‘현금잠김비율’이다. 매출액과 영업활동을 위해 묶인 돈을 비교한 지표다.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제조업체의 평균 현금잠김비율은 약 1배다. 영업에 묶인 돈이 매출액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중제 연구원은 “영업에 묶인 돈의 비율이 평균보다 낮은 기업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한라공조·삼성중공업이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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