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코스피200에 포함된 주요 제조업체 111곳의 매출액 대비 순익률은 2004년 4분기 11.1%에서 올 3분기 6.5%로 뚝 떨어졌다. 수익성이 거의 반 토막 났다는 뜻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자산회전율은 올해 제법 높아졌다. 그러나 여기에도 환율 착시 효과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출이 늘어 매출액이 부풀려졌지만 실제 수출물량은 줄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안정되면 매출이 확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영업에 묶이는 돈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순운전자본’이다. 기업 입장에서 ‘받을 돈’ 성격인 매출채권·재고·미수금 등에서 ‘줄 돈’ 성격인 매입채무·선수금 등을 뺀 금액이다. 주요 상장 제조업체 111개의 순운전자본은 올 2분기 1조7000억원에서 3분기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그만큼 재고나 외상 판매가 늘었다는 얘기다. 돈이 많이 묶인 기업은 단기차입금도 늘었다.
이럴 때 주목해야 하는 지표가 ‘현금잠김비율’이다. 매출액과 영업활동을 위해 묶인 돈을 비교한 지표다.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제조업체의 평균 현금잠김비율은 약 1배다. 영업에 묶인 돈이 매출액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중제 연구원은 “영업에 묶인 돈의 비율이 평균보다 낮은 기업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한라공조·삼성중공업이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