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미 국방장관 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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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와 게이츠의 손에서 집행되면서 백악관의 존스와 협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다음주 초 외교안보팀에 대한 인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할 국가정보국(DNI) 국장엔 데니스 블레어(61) 전 태평양군사령관이 지명될 것이라고 AP통신과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국무부에서 힐러리를 보좌할 부장관에는 제임스 스타인버그(55) 전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 백악관 안보 담당 부보좌관엔 톰 도닐런(현 국무부 인수팀장) 전 국무부 차관보가 유력하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엔 오바마 캠프 외교팀을 공동 지휘했던 수전 라이스(45)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가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 여성이 유엔대사로 가는 건 처음이다. 오바마의 외교안보팀은 풍부한 경험을 쌓은 노장들이 주요 포스트에 포진한 게 특징이다. 40대의 젊은 엘리트들이 대거 발탁된 경제팀과는 다른 모습이다. 폴리티코는 “오바마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당내 좌파에선 ‘덜 개혁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오바마는 관료적 경험과 군의 신뢰를 중시했다”고 분석했다. CIA 국장과 텍사스 A&M대학 총장을 지낸 게이츠는 2006년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의 후임으로 기용됐다. 그는 공화당원이지만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국방 업무에 전념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의 문제도 합리적으로 처리해 왔다는 평을 민주·공화당 양측에서 들었다. AP는 “게이츠의 유임은 전쟁의 시기에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스는 민주·공화당 모두에서 존경받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도 지낸 그는 “이라크전 수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고,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소는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폴리티코는 “존스는 상당한 권한을 요구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블레어는 해군과 CIA 등에서 34년간 정보 분야를 담당했다. 일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데다 태평양 군사령관을 지내 아시아 사정에 상당히 밝고,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보다는 힐러리 쪽과 인연이 깊다.

스타인버그는 국무부 인사권을 쥔 힐러리가 희망하는 인물이다. 그는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이 집권했을 때 국무장관 비서실장, 정책기획국장과 백악관 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다. 라이스는 백악관 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힐러리가 국무부를 맡게 되면서 직접 충돌 가능성이 작은 쪽으로 배치됐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으나 오바마를 적극 지원했다. 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땐 “대통령과 결혼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경험이 절로 생기는 건 아니다”는 등의 발언으로 힐러리 측을 자극했다. 도닐런은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때 비서실장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그가 백악관으로 가면 가까운 사이인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에 대한 보고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커 경제회복자문위 의장 기용=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설되는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ERAB) 의장에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내정됐다고 26일 보도했다. WSJ는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볼커 의장 내정 소식을 전하며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에 내정됐다고 전했다. 볼커와 굴스비는 ‘오바마노믹스’의 좌장과 설계자로 재무장관 및 백악관 주요 보직 인선에서는 밀렸지만 오바마를 계속 보좌하게 됐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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