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여성인권 증진 실천 모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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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8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 대회위원장인 김태호 경남지사가 25일 창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여성은 태어나면서 존엄성과 자유를 보장받으며, 성 차별을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려야 할 존재다.”

26일 발표된 경남여성인권선언문 주요내용이다. 이 선언문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세계 30개국 여성운동가와 여성계 종사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8 세계여성인권대회’(25∼27일)에서 발표됐다. 선언문은 4월부터 7개월간 22회에 걸친 ‘정책결정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등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내용이 다듬어졌다.

주요 내용은 여성차별 법률 개정, 인권교육과 다문화 이해교육의 법제화,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 높이기, 여성의 노동권과 경제력 확보 지원, 여성농업인 지원 조례제정 등이 담겨있다.

선언문은 여성부와 여성관련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돼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실천 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처음 열린 세계여성인권대회=30개국 여성운동가 2000여명이 참석했다. 25, 26일 이틀에 걸쳐 ‘폭력과 성착취 근절’ ‘전쟁과 여성폭력’ ‘장애여성 및 소수여성의 인권보장’ ‘정책결정 동등참여’ 등 여성 인권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42명의 국내외 유명 여성인권 전문가가 주제발표와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가나 출신의 코커 아피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의 ‘전지구적 문제로서의 여성폭력의 원인과 실태’, 태국 출신 린메이 위원의 ‘식민지와 여성들의 투쟁과 삶’ 등의 발표는 여성 폭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 23명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 가운데 대회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국의 신혜수 위원을 비롯해 모리셔스 출신의 프라밀라 패튼 5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김태호 지사는 환영사에서 “여성인권의 토대를 갖추는 것이 어렵지만 여성인권의 정착을 경남에서 만들어 가자”며 “이같은 노력이 세계여성인권을 향한 큰 폭풍이며 대변화의 출발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고난겪은 여성 증언 쏟아져=‘폭력과 성착취 근절’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캐나다의 ‘제인 도’는 1998년 한 여성의 성폭행 사건 조사때 경찰이 보인 직무 태만과 성차별을 당국에 고소해 이긴 사례를 발표했다.

베누마야 구렁은 “남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사망하는 여아 6명 중 1명이 여성 경시와 차별 때문이며, 많은 여성들이 결혼 지참금 문제로 인한 괴롭힘, 언어 폭력, 구타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18살 때부터 7년간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김복덕 할머니는 “부산서 중국을 거쳐 필리핀까지 끌려가 달을 봐도 고향생각, 별을 봐도 부모 생각이 났지만 걸핏하면 죽이고 매질하는 일본군을 보면서 어쨌든 살아서 가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독립연대 간사인 타리르 스위프트는 ‘이라크 여성들의 투쟁과 삶’이란 사례발표에서 수 세기동안 차별과 소외, 압제에 시달려 온 이라크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증언했다.

경남도와 도내 여성단체는 올해 초부터 대회추진위를 조직해 4개 분과별로 사전 세미나를 계속하면서 대회여성인권 관련 150여개 개선방안들을 도출했다. 개선방안은 대회가 끝난 뒤 정부와 국회, 도, 유엔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지자체 차원에서 처음 시도된 세계여성인권대회 사전 세미나 내용이라는 점 외에도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손잡고 여성인권 문제 전반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에서 과제를 정리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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