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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남북 의사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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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말로 인한 갈등은 일상생활에서 끝이 없다.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급할수록 상대의 성격, 문화적 배경 등 헤아림이 필요하다.

남북회담에서의 식사 장면을 상상했다. 장군은 남측, 멍군은 북측 대표다.

장군: “잘 주무셨습니까. 오늘 하루 수고합시다.”

멍군: “오늘 아침부터 너무 긴장하지 않습니까?”

(장군은 순간 머쓱했지만 웃었다.)

멍군: “식반찬 어떻습니까. 많이 드십시오.”

사전 지식이 없다면 위 대화로 멍군의 무례함과 과시욕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아침부터 너무 긴장하지 않습니까’는 ‘오늘 일정이 너무 빠듯해 힘들지 않겠습니까’라는 위로 겸 격려의 말로, ‘식반찬 어떻습니까’는 음식 수준, 반찬 종류에 대한 자랑이 아닌 ‘음식이 대체로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는 겸양의 뜻으로 북한 지도부에서 쓰고 있다. 참고로 반찬을 만드는 재료인 ‘반찬거리·반찬감·찬감·찬거리’ 등을 북한에선 ‘식찬감’이라 하며, ‘밥 먹었느냐’는 표현을 ‘식사질이랑 어떤가’ 식으로 일반에서 쓰고 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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