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인터뷰>이철수 前제일은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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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보그룹에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철수(李喆洙.61)전제일은행장이 28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효산그룹 대출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 재판 계류중 보석으로 풀려난 李씨는 이날 오후 서울강남구압구정동 현대아파트자택에서 기자를 만나“그동안 재판받는 입장이라 언론을 피했으나더 큰 오해를 부른 것 같아 이제 속시원히 하 고 싶은 말을 하겠다”며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보에 특혜 대출을 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특혜 대출이란 말도 안된다.은행장으로 재직하던 93년부터 95년까지 한보철강은 은행마다 서로 돈을 빌려주려고 경쟁까지 붙었던 전망있는 기업이었다.철강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인데다 당시1단계 준공까지 끝난 상태였다.성장산업에 많이 투 자하는 것이왜 특혜가 되느냐.” -은행장 시절 유원건설을 주당 1원에 인수시켰고 당시 주거래은행이던 서울신탁은행보다 더 많은 8천억원을 대출해주지 않았는가. “유원건설은 당시 자산부채 차액이 2천1백억원이었다.당시 가계약까지 맺었던 대성측이 실사를 해 조건이 맞으면 인수한다며불투명한 반응인데 반해 한보측은 은행의 우대금융 1천6백억원에5백억원은 고스란히 떠안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줘 오히려 고마웠다.1원짜리 계약이란 상징적 의미로 한 것이다. 또 유원건설 인수를 하면서 대신 한보철강에 지원해달라고 해 2천억원을 대출해줬다.이렇게 한꺼번에 뭉칫돈이 대출되다보니 제일은행이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준 셈이 된 것이지만 담보가 모두설정됐다.” -한보 대출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는가. “재임 시절 한보에 대해 부탁받은 일은 없다.정치인들중에는 어디를 좀 봐주라는 부탁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해줄수 있는 것만 해줬지 그런 부탁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다.” -한보에 동생 완수씨가 자금담당 상무로 있는등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는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생은 고려대를 나와 현대건설에서 부장까지 한 뒤 신경쇠약으로 4년간 쉬었다.그러나 그의 이력만으로 어떤 회사든지 탐낼만한 인재였기 때문에 96년초 자신이 이력서를 내 입사한 것이다.또 동생은 자금담당상무가 아니고 구매담당이다.鄭 총회장은 유원건설 인수 당시 만났을뿐이다.” -여권의 핵심인사와 가까운사이라는 항간의 설이 사실인가. “행원으로 시작해 행장까지 은행에만 종사해온 사람이다.한때 부도를 우려했던 대우조선.현대자동차등에 과감하게 투자해 성공으로 이끌어내는등 은행인으로 할만큼 했다.결과적으로 운이 나쁜 사람이 됐지만 정경유착이나 해 일신을 보신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나. “집에 줄곧 있었지만 기자들이 계속 찾아와 없는 것처럼 전화도 안받고 불도 켜지 않았다. 〈고현곤.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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