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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르社 캐르켄라트 문화국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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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5일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에어홀룽스하우스(.휴식의집'이라는 뜻).세계 굴지의 제약회사인 바이에르사(社) 문화국이 주최한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곳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 초청 독주회가 열렸다. 백씨는 이날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연가곡.백조의 노래'를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로 편곡한 작품을 연주했다. 프랑스의 음악평론가 자크 드리용이 발굴한 이 악보가 초연된 것은 94년 7월.백씨를 포함한 3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음악제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실황을 라디오로 들은 바이에르 문화국장니콜라스 케르켄라트(56)가 백씨에게 전곡 연주 를 제의했던 것. 1908년에 개관한 에어홀룽스하우스는 1천석 규모의 아담한 연주공간이지만 지휘자 로린 마젤.리카르도 샤이.레너드 번스타인,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이보 포고렐리치,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즐겨 찾는 곳.그래 서 레버쿠젠 시민들은 발레나 음악공연을 보기 위해 가까운 쾰른이나 프랑크푸르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 레버쿠젠의 인구는 약 16만명.그중 바이에르 사원이 3만5천명이다.바이에르 창업주가 이곳에 공장을 세우면서 사원들이 밤에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마련한 문화공간인 에어홀룽스하우스와 함께 출범한 바이에르 문화국은 내년 에 창립 90주년을 맞는다. 차범근 감독이 선수로 뛰었던 바이에르 축구팀등 체육예산에 비해 10분의1 밖에 안되는 문화국 예산이지만 회사측에선 공연.전시등 모든 프로그램과 연주자 결정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환경오염이나 노동운동등 사회비판적 내용을 담은 연극을 공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주최하는 문화행사인 만큼 사원들에게 무료 티켓을 배부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매주 3~4회의 공연을 비롯,연중 무휴로 전시회가 열리지만 무료 입장은 없다. 물론 모스크바 필하모닉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입장료도 45마르크(약 2만5천원)로 다른 도시에 비해 3분의1값에 불과하다. 85년부터 바이에르 문화국장으로 있는 케르켄라트는“기업주최 문화행사라고 해서 통상적인 개런티보다 더 비싸게 주고 공연을 유치하지는 않는다”며“앞으로는 한국등 아시아 출신 연주자를 대거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문화행사 후원에 대해“대부분이 1회성 이벤트와공연에 제작비를 후원해주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광고나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며“바이에르의 경우는 사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목표를 두고 있고 공연기획 도 문화국이 직접 하기 때문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고 밝혔다. 케르켄라트 국장은 연극 연출가 출신으로 극장에서 잔뼈가 굵은인물.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여읜 그는 홀어머니와 함께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왔다.그에겐 대학졸업장도 없다. 그래서 그는 바이에르에서 대학교수 출신의 전임자들이 계속해온문화국장에 자신을 임명한.깊은 뜻'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문화행정을 전문가에게 맡겨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바이에르 전 사원들이 문화국 주최 행사에 참여하면서 소속감과 근무의욕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현재 바이에르에는 문화국과 별도로 바이에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바이에르 남성합 창단.여성합창단,브라스밴드,바이에르 재즈밴드등 7개 연주단체가 활동중이다. [레버쿠젠=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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