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현대사 특강’ 논란 속 내일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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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교육청은 25일 고교생 대상 ‘현대사 특강’에 나설 강사 145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강사진에는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제기했던 박효종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소설가 복거일씨,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 보수 성향의 인사가 많이 포함돼 ‘우편향 강사진’ 논란이 일고 있다. 강사로 추천됐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이영훈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서울대 교수)는 교육청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김성기 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올 6월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고교생의 상당수가 한국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는 등 역사의식과 국가관에 문제가 있어 특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7월부터 시의회로부터 3억여원의 예산을 추가로 받아 특강을 추진해 왔다. 특강은 27일 20개 고교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서울 시내 302개 고교에서 학교당 2회 실시될 예정이다. 각 학교에서 선호하는 강사 다섯 명을 고르면 시교육청이 이를 참고해 강사를 배정한다.

◆우편향 논란=강사진 추천·선정 과정을 보수 인사들이 주도해 ‘우편향’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달 초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2주간 강사를 공모했다. 현직 교장 8명으로 구성된 강사 선정 위원회는 이날 강사진을 최종 결정했다. 시의회에서 특강 예산 편성을 주도했던 보수파 김진성 시의원과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추천한 보수 인사 71명이 전원 강사진에 포함됐다. 2년 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를 극우 테러리스트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던 류석춘 교수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저자 중 한 명인 주익종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과 이 대표도 강사로 나선다. 시교육청은 “현대사 강의로 주제를 제한할 것이므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청이 특정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한 채 관권을 동원하고 있다”며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는 강사들의 특강은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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