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졌는데 보유세 되레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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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강남권과 분당·과천 등의 집값이 대부분 떨어졌지만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세청이 25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공개한 ‘개별 주택별 보유세 부담 사례’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강남·서초·송파·양천·용산·성남·평촌·용인·일산·과천 등 주요 10개 지역 16개 아파트의 지난해와 올해 보유세 부담을 비교했다.

◆값은 내렸는데 세금은 늘어=16개 아파트 중 9곳이 공시가격이 내렸는데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났다. 전용면적 84.43㎡(34평형)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8400만원에서 올해 9억4400만원으로 4000만원이 떨어졌다. 하지만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지난해 527만원에서 올해 563만원으로 36만원이 늘었다. 종부세만으로는 지난해 304만원에서 올해 279만원으로 25만원이 줄었지만,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체 보유세가 늘어난 것이다.


전용면적 151.01㎡(57평형)짜리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17억8400만원에서 올해 16억8800만원으로 9600만원이 내렸다. 반면 보유세는 102만원이 늘었다. 역시 늘어난 재산세가 이유다. 재산세의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비율이 지난해 50%에서 올해 55%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10% 이상 떨어지지 않은 주택도 지난해보다 종부세 부담이 늘어났다. 종부세 과표 적용 비율이 지난해 80%에서 올해 90%로 올랐기 때문이다. 전용면적이 169.44㎡(66평형)인 용산구 한강자이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 변동이 없었지만 세금은 310만원(종부세는 114만원 증가)이 늘었다.

◆정부와 국회가 입법 미룬 탓=정부와 한나라당은 올 7월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재산세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자 세법을 고쳐 과표적용 비율을 지난해 수준(50%)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종부세도 과표를 지난해 수준(80%)으로 동결하겠다며 종부세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은 국세청이 고지서를 보내는 이날까지도 처리되지 않았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과표를 동결하겠다는 것은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실제 집값이 공시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납세자가 집값 하락을 입증하면 이를 공시가격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종부세 납세자 41만 명=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납세 대상자는 41만1000명으로 확정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세대별 합산 과세가 위헌으로 결정나면서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7만2000명 줄었다. 그러나 납부 세액은 2조880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32억원이 늘었다. 국세청 측은 “땅값이 오른 곳이 많아 토지분 종부세가 3000억원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납부 대상자는 다음달 15일까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종부세가 200만원 이하인 개인 납세자는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1000만원을 넘으면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종부세 감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1주택 장기보유자도 일단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 종부세 감면분을 돌려주는 것은 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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