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大選 내일 결전의날-親러.反러 대결로 독립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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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체첸공화국의 역사적인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27일 치러진다.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21개월에 걸친 내전을 끝내면서 체결한 휴전협정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체첸의 실질적 독립을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선거에서 친(親)러파와 반(反)러파중 어떤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체첸의 미래가 갈릴 것으로 관측되고있다.대통령선거에는 현재 14명의 후보가,63명을 뽑는 국회의원선거에는 무려 1천여명의 후보가 난립해 뜨거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 선거전은 아슬란 마스하도프(46)과도내각 총리,샤밀 바샤예프(32)전야전군사령관,모블라디 우드고프(33)부총리,젤림한 얀다르비예프(44)현대통령등.4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들 가운데 마스하도프가 앞서나가고 그뒤를 바샤예프와 우드고프가 뒤따르며 얀다르비예프는 조금 처진 형세다.
옛 소련군 대령 출신으로 체첸내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인식되는 마스하도프는 러시아와의 평화회담 과정에서 탁월한 협상능력을 발휘해 실용적 이미지를 굳힌 인물.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67%의 지지를 얻었으나 친(親)러시아적 성향이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1차투표에서 그가 과반수로 당선될지가 선거의 최대관심이 되고 있다.32세의 바샤예프는 95년 러시아남부 부됴노프스크의 한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면서 체첸의 영웅으로 혜성같이 등장,이번 선거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유권자들에게 철저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는 그에 대한지지도는 1월초 13%에서 최근 20~30%로 껑충 뛰었다.그는 당선되면 러시아와의 협상 배제와 즉각적인 독립을 공개적으로선언,러시아가 가장 기피하고 있다.한편 얀다르비예프는 지난해 러시아의 포격으로 사망한 체첸영웅 조하르 두다예프 전대통령의.
서자'임을 내세우기 위해 지난 24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의 이름을 조하르 갈라로 개명하기도 했다.
1차투표에서 마스하도프가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고 2차투표에서마스하도프와 바샤예프가 붙어 바샤예프가 당선된다면 러시아로서는한때의 테러리스트를 공식지도자로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서는 곤혹스러움에 처하게 되고,심할 경우 내전이 재연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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