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네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를 오가며 요동을 치자 단타를 노린 개인들이 증시로 귀환했다. 2004년 이후 펀드 바람이 불자 시장을 떠났던 이들이다. 이 와중에도 외국인은 여전히 팔자를 이어갔다. 기관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다. 다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을 떠받쳤다.
그렇다면 이 기간 개인·외국인·기관 중 누가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관이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성과가 뛰어났다. 반면 개인들은 오르는 종목은 팔고 떨어지는 종목은 사들이는 매매 패턴을 이번에도 되풀이했다. 전문가들이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개인은 이번에도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 이 기간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은 평균 18.1% 하락했다. 코스피지수 하락률(4.4%)의 4배를 웃돈다. 반면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은 오히려 8.9% 상승했다. 가장 많이(1667억원) 내다 판 삼성테크윈이 25.5% 오른 반면 가장 많이(2111억원) 사들인 하이닉스는 36% 떨어졌다. 엇박자 매매를 한 셈이다. 외국인의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이 기간 9.4%나 오른 포스코를 3500억원어치 파는 등 헛다리를 짚었지만 30% 넘게 떨어진 KB금융과 하이닉스를 순매도해 손실 폭을 줄이기도 했다.
◆알짜 매매한 자산운용=기관의 성적이 가장 돋보였다. 기관이 판 종목 상위 20개는 평균 17.2% 하락했다. 사들인 종목 상위 20개는 평균 4.4% 올랐다. 특히 펀드 자금을 실탄으로 한 자산운용사의 매매가 알찼다. 내다 판 종목은 15% 떨어졌고, 사들인 종목은 7.3% 올랐다. 순매도한 우리투자증권(601억원)·우리금융(589억원)·하이닉스(524억원) 등은 30% 이상 떨어졌다. 1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삼성테크윈은 25%, 900억원어치 사들인 현대미포조선은 50% 넘게 올랐다. 자산운용사의 매매 성과는 펀드 수익률에서도 나타난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2007년 초를 제외하고 최근 2년간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언제나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펀드 투자에서 재미를 못 본 개인은 직접투자를 계속 늘려가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8조원대이던 고객예탁금은 21일 현재 10조원에 육박할 만큼 늘었다. 지난달 말 증권 계좌(활동계좌) 수도 1222만 개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보력이나 자금력에서 밀리는 개인이 기관을 이기기는 힘들다”며 “펀드가 돈을 까먹고는 있지만 그래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투자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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