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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정부 운용계획 제출 의무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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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22면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국가재정은 196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을 근간으로 짜여 왔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시대 상황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잠재성장률 하락, 고령화 진전, 민간 주도 경제체제의 정착 등 재정을 둘러싼 여건이 크게 변함에 따라 재정관리 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게다가 세수 증가율은 둔화되는 가운데 복지 지출 등 세출 소요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정된 재원의 전략적 배분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달라진 나라 살림

최근 몇 년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하면서 국가채무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시민단체들은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재정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단기적 투입 위주의 예산편성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재정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담기 위해 국회는 기존의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을 통합해 2006년 10월 ‘국가재정법’을 새롭게 제정했다. 국가재정법은 ▶중기적·전략적 재정운용 ▶성과관리제 도입 ▶재정 건전성 강화 ▶재정 투명성 제고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매년 5년 단위의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수립해 새해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의 예산 편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장치다.

부처별 예산도 중기 재정 운용계획에 근거해 한도가 설정되면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이다. 예·결산 심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 결산자료의 국회 제출 기한은 9월 초에서 5월 말로 앞당겼다. 칸막이식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상호 간 여유재원의 전출입도 허용했다.

재정사업에 대한 성과관리 강화를 위해 2009 회계연도 예산안부터 각 부처는 사전 성과계획서와 사후 성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를 도입,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재정 건전성 강화에 역점을 둔 점도 눈에 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대폭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매년 관성적으로 추경예산이 편성되면서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재정 규율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추경예산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당연시돼 왔던 세계잉여금도 국채와 차입금 상환,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성(性) 인지 예산제도’의 도입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는 국가재정 운용에 있어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해 국가재정이 양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렇다고 단순히 예산을 50대50으로 나누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공시설을 건립할 때 여성의 화장실 평균 이용시간(3분)이 남성(1분24초)보다 두 배 이상 길다는 점을 감안해 남성·여성용 화장실 수와 예산의 적정 규모를 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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