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85> 美 자동차 ‘빅 3’에 구제금융 줘야 하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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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30면

Q.미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줘야 합니까? (미국 미시간주 피츠필드 타운십에서 독자가)

링거 주사로는 한계, GM·크라이슬러 합쳐야

A.먼저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크라이슬러와 GM의 이사회가 구조조정과 합병을 위해 각각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넣는다’. 너무 급진적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방법이 자동차 산업의 활로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시장경제 신봉자들은 자동차 회사들을 자연사시키는 게 옳으며, 그래야 합당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사실 미 자동차의 품질과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미국 시장의 절반은 독일·일본·한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 인도 기업들까지 가세해 글로벌 경쟁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자리의 관점에서, 그리고 국가방위와 자존감의 견지에서 미국이 ‘진정한 내국 업체’들을 회생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정부의 동냥으로는 결단코 이런 회생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아마 지원의 대가로 여러 가지 제약조건과 엄혹한 경영감독 조치를 내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업계가 바라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이도 많지만 250억 달러를 시작으로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를 구제금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고, ‘빅 3’ 자동차 회사들을 살려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생명을 연장할 뿐이지 치료책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의 이사회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고 회사를 파산시켜야 합니다. 일부 채권자는 자동차 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산가치가 줄어든 상황에선 그다지 매력적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채권자에게 적절한 해법은 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위한 ‘기존 경영진 유지제도(DIP)’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미 자동차 회사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고비용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야말로 의미 있는 변화의 종착역이며 채권자와 판매대리점·노동조합과의 재교섭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납세자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지요.

합병도 근본적 변화를 자극합니다. 물론 빅 3 업체들은 너무 덩치가 커 한번에 합치기는 힘듭니다. 특히 포드자동차는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졌습니다. 따라서 일단은 GM과 크라이슬러의 통합을 해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복 사업과 생산설비를 정리하면 150억 달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용이 절약되면 자동차를 더 싼값에 만들 수 있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수 있지요.

물론 이런 변혁이 이뤄지는 동안 GM과 크라이슬러는 시장 점유율을 뺏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합병 회사는 종국적으로 미국 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강자가 될 겁니다. 다만 파산 위기에 빠진 두 회사를 합병하는 일은 어려움이 많고, 수많은 반대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또한 합병 회사가 기사회생하기까지는 실질적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주주들은 그들의 돈이 증발되는 것을 지켜봐야겠지요. 수천 개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고, 연금과 다른 사회보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채권의 상당 부분이 주식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겠지요.

우리가 이렇게 과감한 해법을 주장하는 이유는 수십 가지가 더 있습니다. 혹자는 미국인들이 파산한 회사의 자동차를 사느라 3만 달러를 쓰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행기를 탈 때 파산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생명을 투자하지 않습니까. 이 말은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의 늪에서 빠르게 헤엄쳐 나오면 장기적 판매량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어떤 이는 두 회사의 인력 문제와 기존에 체결된 수많은 비즈니스 계약 등을 들어 합병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을 것입니다.

지금이 평시라면 우리가 제시한 해법은 분명 잔혹합니다. 게다가 이 일을 수행하려면 정치적으로 헤라클레스 같은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 있는 미래를 맞으려면 점진주의라는 평범한 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구조조정과 합병이라는 여정은 멀고 험난할지라도 분명 밟아 볼 가치가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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