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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다시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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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스분석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김모(44) 부장은 부쩍 한숨이 늘었다. 3년간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운다. 지난달 월급이 20% 깎이면서부터다. 통장에 찍힌 실수령액은 400만원이 채 안 됐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교육비와 대출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올 봄 2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산 집은 골칫거리가 됐다. 그는 “반 토막 난 펀드는 아예 잊고 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은 늘었다. 큰 맘 먹고 자녀를 해외유학 보낸 가정은 환율 때문에 허리가 휜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는 갈수록 줄고, 마지막 보루인 일자리마저 불안하다. 4중고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최근 경기침체가 중산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소득은 월평균 346만원으로,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이 0%였다.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개 계층으로 나누면, 가운데 3개 계층의 실질소득은 줄었다. 중하층 실질소득은 0.8% 감소했고, 중간층은 0.9%, 중상층은 1.1% 줄었다. 이들 3개 계층의 실질소득이 모두 감소한 것은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김성진 기획재정부 사회정책과장은 “중하층은 근로자 임금이 줄었고, 중간층과 중상층은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상층(상위 20%)은 실질 소득이 1.2% 늘었고, 최하층(하위 20%)은 복지 지원이 집중돼 소득 감소를 면했다.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이자 부담과 교육비·생활비 해외 송금액 등은 1년 전보다 17% 늘었다. 각종 세금과 부담금은 월평균 50만원을 넘어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더 힘들게 했다.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소득은 줄면서 중산층 가구 네 집 중 한 집(24.6%)은 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세 집 중 한 집이 적자고, 하위 계층은 절반이 적자였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중산층의 위축은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사회 불안을 확대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기를 극복해 갈 주요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이 줄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겪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중산층은 외환위기 전인 1996년 68.5%에서 2000년 61.9%, 2007년 58%로 계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결같았다. 결국은 일자리였다. 권순우 실장은 “어렵더라도, 인위적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왕에 하기로 한 감세는 빨리 실행해 가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감원보다는 감봉이 낫다”며 “정규직이 조금만 희생하면 한계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을 함께 안고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기회가 왔을 때 재취업할 수 있게끔 직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 2%대”=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2%대 중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2%대 성장률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애초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3.8~4.2%로 잡았었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김영훈·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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