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3분기 이자로 나간 돈, 전년보다 17% 늘어
A증권사의 김모(40) 차장은 매월 말이 두렵다. 월급이 들어오지만 이자로 절반 가까이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집값의 40%인 2억원을 빌려 서울 돈암동에 아파트를 샀다. 월이자가 120만원 안팎이었으나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아 금리도 떨어지고 빚도 차차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올 초부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8%대로 뛰었다.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월 130만원대로 늘었다.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대출금리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달 말에도 131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다 올해 증시 침체로 매년 나오던 성과급도 나오지 않아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차장은 “12년 부은 개인연금을 해약해서라도 대출을 줄여야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에 전국 가구가 지급한 평균 이자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7.2%나 늘었다.
자산
펀드·집값 추락에 그나마 있는 재산도 줄어
2006년 말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43㎡를 8억원에 산 이모(41)씨. 198㎡ 규모의 식당을 13년간 꾸려 간신히 마련한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뿌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걱정이 태산이다. 8억원에 산 집이 요즘 6억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집값이 더 떨어지면 대출금을 제외하고 남는 게 없는 깡통 아파트가 된다”며 걱정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주식시장이 열기라는 말을 듣고 봉쥬르차이나 펀드에 5000만원을 부은 김모(48)씨는 주가를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다. 올 들어 지금까지 58%의 손실이 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산층 적자 가구는 올 3분기 24.6%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포인트 높아졌다. 중산층 네 집 중 한 집은 적자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9월 소비재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나 줄었다. 이에 따라 자산가치 하락→소비 위축→생산 감소→고용 축소→소득 감소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학비
환율 폭등에 281만원 유학비 449만원으로
자녀를 미국 등에 유학 보낸 중산층 부모는 요즘 고민이다. 귀국시킬지 말지를 놓고서다. 양모(46·서울 잠실동)씨도 그런 부모다. 그의 아들은 지금 미국 뉴저지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 2년 전 큰 맘 먹고 조기유학을 보냈다. 아들 한 명 정도 유학 보낼 돈은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아들에게 보내야 할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1월 초만 해도 월 3000달러를 보내려면 281만원 정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449만원이 든다. 양씨 입장에선 앉아서 월급이 168만원 깎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아침에 출근하면 환율부터 확인하며 언제 송금할지 고민하고 있다.
원-엔 환율과 원-위안 환율도 올라 일본이나 중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또는 국외로 송금한 교육비는 전년 동기에 비해 8.7%나 증가했다.
일자리
일자리 증가율 1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져
박모(41·서울 상계동)씨는 요즘 초조하다. 그는 실직자다. 9월에 호기를 부린 걸 두고두고 후회한다. 지난해 하반기 다니던 본사에서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9월에 본사가 실적이 나쁜 자회사를 정리하자 사표를 썼다. 다른 회사로 옮길 자신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10년 넘게 한 경험이 높이 평가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박씨를 반기는 곳은 없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국내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올 들어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전년 동월에 비해 늘어난 일자리는 23만5000개였다. 그러나 6월에는 14만7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10월에는 9만7000개로 10만 개 아래로 떨어졌다. 취업 준비생만 58만 명을 넘고,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집에서 쉬는 사람도 126만 명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에도 취업자 증가 수가 매월 10만 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윤·함종선 기자
[J-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