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시가총액 5위 추락 … ‘월가의 간판’마저 팔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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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으로 위기 고조=한때 세계 최대 금융회사였던 씨티그룹의 매각설까지 나온 것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의 주가는 전날보다 26% 하락한 4.7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미국 1위였던 시가총액(256억7000만 달러)도 5위로 곤두박질했다. 이날 개인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씨티그룹 지분율을 4%에서 5%로 높이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씨티그룹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한때 시행됐던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 금지를 부활해야 한다고 의회와 감독 당국에 요청했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주요 기관투자가와 연기금 펀드는 투자 지침으로 주당 5달러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씨티그룹의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연말 결산을 앞두고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기관투자가의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를 유치해 자본을 확충하기 어렵게 된다. 또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을 할 때도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씨티그룹은 스미스바니증권과 신용카드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다양한 사업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월가에선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 또는 골드먼삭스와의 합병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팬디트 CEO는 모건스탠리에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WSJ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는 9월부터 합병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모건스탠리 측이 최근 거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감원 등 자구 노력=씨티그룹은 이번 주 들어 5만2000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100억 달러의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내놨다. 19일엔 계열회사의 부실자산 174억 달러를 떠안고, 손실이 큰 헤지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회사도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체이스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3000명을 줄이기로 했고, 뉴욕 멜런은행도 1800명을 감원할 방침이다.

제조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확산하면서 주문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항공기 엔진 업체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제조 업체의 주문 감소에 따라 내년까지 2000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사무직 직원 2300명을 감원했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내년 3월까지 7만2000대를 감산키로 했고, 독일의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전 세계 80개 공장을 잠정 폐쇄할 계획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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