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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2010년 사라지는 우주왕복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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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도 1970년대 초까지는 캡슐 방식의 유인우주선을 사용했다. 유인 달탐사에 사용했던 아폴로 유인우주선이 대표적이다. 우주왕복선은 이전의 일회용 유인우주선을 개선해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비행기처럼 재사용을 통해 운송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객기와 비슷하게 운영함으로써 ‘우주 택시’가 되기를 기대했다는 의미다. 1년에 우주를 수십 회씩 오감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우주왕복선은 기술적으로는 대단한 우주선이다. 문제는 원래의 목적대로 발사 및 운용 비용을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81년 첫 발사 이후 2010년 퇴역 때까지 약 1740억 달러의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까지 133회의 비행을 하게 된다면 평균 발사비용은 13억 달러가 된다. 이는 초기 목표였던 1회 발사비용 1000만~2000만 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된 금액이다. 초기엔 임무수행 후 궤도선은 점검만 거친 후 외부 탱크와 로켓 부스터를 장착하고 2주 내에 다시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궤도선 외부의 열 보호 타일을 교체하고 엔진의 유지·보수를 위해 수개월씩 걸린다.

단기적으로 개발비용을 줄이려 한 결정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막대한 운용비의 지출을 유발한 것이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대한 문서작업이 필요했다. 이도 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되었다. 문서작업을 거치는 것은 우주왕복선이 유인우주선이고 탈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고장이 일어나기 이전에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하다. 매 비행 전에 세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며 인건비만 매년 10억 달러 이상 소요된다. 일부에서는 우주왕복선이 완전 실패한 작품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우주왕복선은 세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행기 형상의 궤도선, 일회용의 우주왕복선 외부 탱크, 재사용 가능한 2개의 고체로켓 부스터 등이다. 탱크와 부스터는 상승 도중에 버려지고 궤도로 올라가는 것은 궤도선뿐이다. 실제 임무비행이 가능한 궤도선은 컬럼비아·챌린저·디스커버리·애틀랜티스 및 엔데버호의 5기였다. 86년 1월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폭발해 7명의 우주인 전원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를 대체한 우주왕복선이 엔데버였다. 2003년 2월 컬럼비아호는 지구 재돌입 중 폭발해 또다시 7명 우주인 전원이 사망했다. 현재 가용한 궤도선은 3기만 남았다. 각 우주왕복선의 외관은 매우 유사하나 내부는 약간씩 차이가 난다. 교대하며 수선하는 동안 새로운 장비가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일반 여객기의 수명이 약 25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80년대 초부터 운행된 우주왕복선도 은퇴할 때가 되었다. 대부분의 장비는 노후화돼 교체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2010년 국제우주정거장의 완성과 함께 우주왕복선을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미국은 새로운 유인우주선인 오리온과 아레스 우주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새로운 발사체는 2015년부터 운용될 예정이다. 새로운 우주선이 운용될 때까지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지난 25년 동안 두 번의 우주왕복선 대형 참사는 약 2%의 사고율에 해당한다. 민간항공 기준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모든 우주왕복선은 시험단계에 불과하다. 우주인도 시험비행사(Test Pilot)에 해당한다. 일반 비행기처럼 재사용이 가능하고 운용비가 저렴한 우주 비행기의 개발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주왕복선의 퇴출은 아무리 혁신적 기술이라도 비용과 경제성 앞에서는 도태되는 과학기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