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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韓·美 대화채널 폭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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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은 한국과 미국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비록 이번 미군 차출이 냉전해체 후 달라진 미국의 신세계전략과 이라크전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전격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외교절차나 감정상 뭔가 흔쾌하지 않으며 상호 간에 섭섭함이 형성된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 인식에 동의한다면 양국이 앞으로 진행될 주한미군의 감축문제, 용산기지 이전문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문제, 미 대사관 신축문제 등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서로 섭섭함과, 찜찜함이 남아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이러한 불편함이 계속되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이는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으며 지난 50여년 동안 양국이 공동으로 이룩해온 업적과 한.미동맹의 역사적 기여와 의미를 폄하하며 훼손하는 일이다. 따라서 상황변화에 따라 새롭게 돌출된 변수와 이견들을 조율해 질적으로 새로운 한.미동맹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의 의사소통구조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50여년 동안 한.미동맹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국에 정부 민간 구분없이 필요할 때 서로의 진의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구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단계에서 이런 과거의 채널들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문제는 특히 새 정권이 출발하면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 되었다. 양국간 정부의 공식채널을 제외하고는 서로의 의사를 진솔하게 주고 받을 채널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외교에서의 상대국에 대한 '오해'는 불필요한 긴장만 불러 온다. 특히 한국정치 세력의 변화가 본의 아니게 이런 갈등을 증폭시켰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양국이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도 양국 정부뿐 아니라 국회와 민간 레벨에서도 서로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겨야 한다. 양국이 민주주의적 원칙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새 차원의 한.미동맹을 만들어 갈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