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률, 이젠 1%대 전망까지 나와 … 내년 경기 더 춥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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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탠다드 차타드(SC)은행은 19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6월의 5%에서 대폭 낮춘 1.4%로 조정했다. 미국(-2%),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0.5%), 일본(-0.7%)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수정 전망치다. 주력 시장인 선진 경제권이 얼어붙으면 수출로 버티는 한국 경제의 하강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달 초 수정 예산안을 짜면서 내년 성장률을 3.8~4.2%로 잡았다. 경기부양 조치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그러나 공무원들도 내심으론 3%대 후반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중에 발표되는 전망치일수록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조만간 한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를 2%대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IMF가 당초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전망했지만, 조금씩 낮춰 3% 이하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에도 3.1%를 기록했다.

◆수출은 둔화 중=지식경제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 잠정치는 73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나 줄었다. 수입은 108억7000만 달러로 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겠지만 월간 기준으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유가 하락과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는 소폭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것은 세계 경기가 한꺼번에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로존은 2,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미 자동차·반도체·석유제품·철강 등 주력 제품들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GM대우는 공장 가동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문제는 앞으로 수출 여건이 나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수정예산안에서 내년 무역수지가 5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치는 12억 달러 흑자였다. 내년 수입은 4956억 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18억 달러 늘어나는데 비해 수출은 50억 달러 줄어든 4900억 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2년 연속 무역적자를 내게 된다. 올해 무역수지가 90억 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도기업은 급증=불황의 대표적 신호인 부도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전국 부도업체 수는 전달보다 118개 늘어난 321개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3월(359개)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부도업체 수는 올 들어 월평균 200개 안팎에 머물렀는데 10월에 크게 증가했다. 서비스업 부도 수가 한달 새 두 배 가까이(74개→133개) 증가한 것을 비롯해 전 업종이 모두 늘었다. 이 통계는 어음을 사용하는 법인만 상대로 계산한 것이므로 주로 중소·영세 기업들이 불황의 충격을 더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더 그렇다. 한국은행의 은행 대출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3분기 대출금이 2조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기(3조5000억원), 2분기(3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서비스업의 대출은 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13조5000억원)의 60%에 불과했다.

◆피가 돌 듯 돈도 돌아야=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수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수는 아직 부양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정 상황이나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가 있는 만큼 재정 확대 등 과감하고 신속한 부양책을 쓰라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수요진작책이 적기에 제대로 집행돼야 경기 하강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며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돈이 돌지 않으면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흑자 도산에 빠진다는 점에서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한국은행이 자금시장의 막힌 곳을 풀어 주기 위해 시중에 돈을 넉넉하게 풀고는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시장의 불안심리 탓으로 보는 사람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실기업들의 ‘질서 있는 퇴출’이 일시적으론 충격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 준다는 것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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