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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멕시코 21세기 위원회'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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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 양수길 대표

▶ 루셀리 소장

'동북아의 관문’인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허브’멕시코를 연결해 ‘환태평양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하려는 구상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구상에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는 양국간 자문회의인 ‘한국-멕시코 21세기 위원회’ 3차 회의(5월 17∼18일)에 참석한 두 나라의 대표와 양국협력방안에 관해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편집자]

참석자: 양수길 국가경영전략포럼 대표
까시오 루젤리 페르난데스 몬테리공대 멕시코연구센터 소장

사회 :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사회=2005년은 한국 사람들이 멕시코로 이민을 떠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멕시코와 한국의 상호 협력관계가 어디로 향해야 한다고 보는가.

▶루셀리=100년은 양 국가에 의미있는 숫자다. 경제뿐 아니라 스포츠.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교류가 확대되고 있어 두 나라 관계는 더 좋을 것으로 본다. 멕시코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경제적 지위가 멕시코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은 멕시코에 동북아의 관문이 될 수 있고, 멕시코는 한국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의 관문이 될 수 있다. 멕시코 내 한국 기업들의 성과는 상당히 높다.

▶양수길=벌써 100년이 됐지만 양국의 잠재력에 비해 여전히 큰 거리감이 있다. 양국은 서로의 장점을 완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는 동북아 허브로서의 한국의 지리적.경제적 장점을 잘 모르고 있다.

▶사회=양국이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루셀리=멕시코는 세계 경제 10위권, 한국은 11~12위권이다. 여러 분야에서 멕시코와 한국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그런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다. 멕시코는 가스와 오일 등 한국에 없는 천연자원이 있다. 한국은 정보기술(IT)이 발달했고 제조업의 수준도 세계적이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라틴아메리카 진출도 마찬가지다.

양국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양국이 공히 주변에 경제대국들을 거느린 중위국(middle power)이라는 것이다.

▶사회=그동안 무역.투자 등 양국의 경제 교류가 왜 부진했나.

▶양수길=멕시코는 천연자원과 인력이 풍부하다. 멕시코는 미국에 대한 관문이 될 수 있고, 한국은 기술적 노하우를 멕시코에 전수해 줄 수 있다. 멕시코는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한다. 중국은 미국 시장에서 멕시코를 거의 따라잡았고, 멕시코는 이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 멕시코는 일본이나 한국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멕시코에 투자함으로써 멕시코의 경쟁력을 올리도록 도울 수 있고, 그런 맥락에서 미국 시장에서 멕시코가 중국과 경쟁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직접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중국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멕시코 기업들도 한국같이 멀리 있는 나라와 손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도록 멕시코를 도울 수 있고 멕시코는 한국이 일본을 이기도록 도울 수 있다.

▶루셀리=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투자자들이 멕시코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멕시코는 한국 투자자들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와 노동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멕시코, 일본-멕시코의 관계가 더 발전될 수 있다.

▶사회=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개선점은.

▶루셀리=양국의 문화적 거리가 상당히 멀다. 한국은 오랜 기간의 문화와 역사가 있으며 영화산업 등 문화적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다.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의 안보적 상황 및 대북관계에 대해 많은 국가를 설득할 수 있다. 정치적 의미에서도 한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중요하다.

▶사회=양국 관계의 비전이 있다면 무엇이며 양국 정부에 무엇을 제안하겠는가.

▶양수길=두 정부는 경제를 포함한 종합적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를 위해 FTA가 필요하다.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 한국은 산업적 측면에서 멕시코보다 몇년 앞서 있기 때문에 멕시코의 산업 수준을 중국보다 앞서도록 도울 수 있다.

▶루셀리=동북아 허브로서의 한국의 장점을 고려한다면 양국 관계는 정치적인 측면까지 확대돼야 한다. 가스.자동차.IT.농업.관광 등 핵심 분야의 교류를 우선 추진함으로써 전체 교류가 촉발될 수 있다. 또 문화.과학적 측면의 교류도 마찬가지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교토(京都)협약에서 제기된 공해 배출권(pollution permit) 거래 등을 통한 협력도 가능하다.

▶양수길=그런 의미에서 태평양 양안에 위치한 우리 두 중위국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소위 '환태평양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 서로가 제휴 관계로 맺어진다면 양국 간 협력뿐 아니라 '환태평양체'의 부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정리=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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