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허용설에 성남이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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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공항으로 인해 성남시 면적의 절반 이상이 고도제한에 묶여 있어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고도제한 때문에 15층 이상의 건물이 드문 수정구와 중원구 시가. [성남시 제공]


 최첨단 캠퍼스인 ‘비전타워’를 짓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경원대는 지하 시설물 면적을 최대한 늘려 잡았다.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이 건물의 지하 면적은 무려 4만4186㎡. 국내 대학 중 가장 큰 지하 캠퍼스다. 경원대 대외협력처 송채수 홍보실장은 “성남 시내 서울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 때문에 지하 공간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대학처럼 번듯한 20∼30층짜리 건물을 짓고 싶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에 지상 112층, 높이 555m의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의 해묵은 민원인 ‘고도제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고도제한 피해 어떻기에=성남시 전체 면적 141.8㎢ 가운데 58.6%인 83.1㎢가 고도제한에 묶여 있다. 성남시 총 가구(37만4223가구) 중 56.3%인 21만615가구가 적용 대상이다. 수정·중원구 26개 동 중 24개 동이 해당된다.

군사공항인 서울공항 주변의 비행안전구역은 모두 6개 구역으로 나뉜다. 활주로 옆 1구역은 군사시설만 들어설 수 있다. 나머지 구역에서는 지표면 또는 활주로 표면을 기준으로 거리·경사도 등에 따라 일반 건축물의 높이를 다르게 제한하고 있다. 대개 건축물의 높이는 45m로 묶여 있다.

이렇다 보니 수정구와 중원구에서는 고도제한 때문에 재개발이나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에서는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주택에 좁은 고갯길로 된 동네가 많다. 성남시 건축과 윤남엽 담당은 “15층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수 없어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성남시민의 민원과 불만은 최근 정부가 서울비행장의 활주로 진입 각도를 바꿔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다시 촉발됐다. 성남시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현재의 활주로 각도를 오른쪽(성남시 방향)으로 5∼7도 변경하면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재개발 또는 재건축 지역이 모두 고도제한 구역으로 묶이거나 고도제한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군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마땅한 해법 없어 고민=성남시민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성남시와 군의 고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항을 이전해야 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군비행장 필요성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성남시도 고심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해결방안 연구’ 용역을 벌여 이 결과를 토대로 “해발 193m 영장산 이하 지역들은 서울공항의 계기비행 절차와 시계비행절차 등에 거의 지장이 없다”며 국방부와 공군본부에 합리적인 범위에서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안전상의 이유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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