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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위기 대응체계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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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요 정보자료를 소장한 컴퓨터가 핵 공격으로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한 연구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핵전쟁의 위험보다는 바로 이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실제로 훨씬 심각한 위협이 된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지난해 5월 러시아·에스토니아 분쟁 때에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에스토니아 대통령궁, 의회, 정부기관, 은행, 이동통신 네트워크 등 국가시스템이 3주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7월에는 러시아가 그루지야와의 전쟁에 앞서 전면적인 사이버 공격을 실시하여 그루지야의 정부·언론·금융·교통 등 국가 전체 정보통신기반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그루지야를 통치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 일도 있다.

이렇듯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는 육·해·공과 함께 제4의 영토인 사이버 공간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미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을 치르고 있다.

현대사회는 시스템 전반이 네트워크화되는 등 IT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특정집단의 사이버 테러 시 사회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심지어는 국가위기상황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안보적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10월 28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국가차원의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을 발의하였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국가안보상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법률제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다만 국정원의 권한 강화라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 일부 다른 기관과의 업무중첩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국정원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사이버 공격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중 삼중으로 복수의 탐지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 법의 제정 취지와 내용이 정치적 관점이나 부처 간 이해관계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국가안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만을 생각하며 논의되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불필요한 논쟁거리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욱 한양대 정보통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