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정상회담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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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 크레티앵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방한단은 초대형 규모(5백19명)와 독특한 의전을 내세워 서울에서.캐나다 붐'을 일으키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오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크레티앵총리(연방)의 정상회담에는 9개주(州)총리와 특수지역(유콘)지도자가 참석해 캐나다정부 수뇌진이 청와대로 대이동한 모습이었다.
金대통령과 크레티앵총리는 기념촬영을 한 다음 주총리들까지 포함해 집단으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청와대 관계자는“캐나다에선 주총리와 연방총리의 위상이 비슷해 전례드문 이런 의전절차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단독회담에서 크레티앵총리가“대규모 방문단이 양국 협력관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하자 金대통령은“많은 외국 정상들이 왔는데 이런 규모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총리들과 양국 외무.통상장관도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이50분간 진행됐는데 金대통령은“회담의 정치적 비중과 참석자수에서 내가 해본 정상회담중 최대 규모”라고 거듭 감탄했다.
金대통령은“캐나다가 한국에 대해 반덤핑제도를 신중히 운용하고까다로운 입국절차로 우리 상사주재원이 애를 먹고 있는데 적극 협조바란다”고 개선대책을 요청했다.
이에 크레티앵총리는“최선을 다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시간은 크레티앵총리의 사회로 각 주총리들이 자기 주정부와 한국의 교역확대를 희망하는 발언을 돌아가며 하는 세일즈외교 분위기를 한껏 풍겼다.
….팀 캐나다'로 이름붙여진 방한단은 공식수행원 25명,실무수행원 85명,기자단 27명,특별기 승무원 34명에다 경제사절단이 무려 3백48명이다.
숙소인 신라호텔(총리.공식수행원)과 하얏트호텔은 캐나다의 정.재계인사들로 꽉찬 느낌이어서 이들 호텔에 때아닌 호황을 가져다 주었다.비수기를 맞아 50~60% 수준이던 두 호텔 객실 투숙률이 1백% 가까이 늘어난 것.
또 방이 모자라 조선.캐피탈호텔등을 사용하는 바람에 이들 호텔도 덩달아 .캐나다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밴쿠버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11월)가 열리는 올해를.아시아.태평양의 해'로 정한 캐나다는 전체수출의 5%수준인 아시아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첫 공략대상인 한국에서 정보통신.원자력분야등 캐나다의 앞선 기술판매에 주력하고 있다.사절단에는 북미 최대규모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업체인 노던 텔레콤.코렐사(소프트웨어)등 정보통신쪽이 62명으로 가장 많다.
또 컴퓨터.생명과학등 벤처기업의 20~30대 젊은 사장들까지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한국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한 대학관계자도 함께 왔다.
캐나다측은 우리기업들과 10억달러(50여건)에 이르는 경협 프로젝트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미 양국 과학기술포럼.민간경협위.투자세미나에서 대규모 합작사업 상담이 진행중이다.
특장차를 전문생산하는 수산그룹은 TRL마이크로테크놀로지사와 5억달러 규모의 양방향 디지털 다지점 통신시스템(LMCS)사업합작계약을 했다.또 동아건설은 스리 시스터스 리조트사와 공동으로 앨버타주 캔모어지역 18만평에 1억8천만달러 를 들이는 대규모 레저사업 투자를 합의했다.
…이날 체결된.사회보장협정'은“서방선진국과 체결하는 사회보장협정으로는 최초”(柳宗夏외무장관)다.
이에 따라 5년이하 기간으로 파견되는 캐나다 주재 상사원등은별도로 캐나다에 사회보장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보험금을받는 자격기준인 최소 보험가입기간도 한국과 캐나다 어느 한 나라의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하면 기간이 인정된다.
.통신장비 형식승인 상호인정 협정'은 통신분야의 교역을 촉진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그외 취업관광사증연장.해외개발원조.농업협력.해상국립공원 자매결연.기후변화협약 공동이행등 5개의 약정이 이번에 조인된다.
이중 취업관광사증 연장 양해각서는 양국이 청소년 교류 활성화차원에서 지난해 시범적으로 18~30세의 청소년이 캐나다를 관광하며 여비를 벌수 있도록 한 취업관광사증 발급기간을 무기한 연장키로 하는 것이다.
또 해상국립공원 자매결연 합의에 따라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캐나다 퍼시픽국립공원의 자매결연이 이뤄지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양국의 실질관계 증진에 도움을 줄만한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서는 11일로 63회를 맞는 크레티앵 총리의 즉석 생일 축하연이 연출됐다.크레티앵 총리는 참석자들이 축가를 부른뒤 金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케이크를 함께 자를 것을 제의하자 만면에 웃음을 띠 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으며 참석자들은 케이크가 절단되자 일제히 박수로 축하했다.두 정상은 만찬에 이어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박보균.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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