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기쁨 … 아이가 행복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 창동에 사는 권혜은(33·공무원)씨와 천민호(35·삼성화재)씨 부부는 아이가 넷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아이 넷을 갖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2년 만에 아들(성문·7)과 딸(다솜·6)을 연년생으로 낳았다. 권씨는 다솜이가 돌이 될 무렵 7급 공무원 공채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겼다. 그때 셋째 성민이(3)가 생겼다. 성민이는 시어머니 병 수발을 하면서 ‘형제가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생긴 아이였다. 권씨는 셋째를 출산한 지 2주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권씨는 여성부(당시 여성가족부)를 지원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보육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8월 넷째 성현이가 태어났다. 성현이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권씨는 “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며 “엄마가 일하려면 아이가 둘 이상인 게 훨씬 편하다. 아이들이 같이 놀면 엄마·아빠를 찾는 일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 광주광역시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요즘 한 살짜리 아들 진영이와 노는 게 가장 큰 낙이다. 진영이는 김씨가 결혼 15년 만에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을 통해 낳은 아기다. 2년 전만 해도 김씨에게 세상은 암흑과 같았다. 결혼 직후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5년이 지나자 가족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명절 때 시댁에 가는 것은 ‘지옥’ 같았다. 부부 싸움도 잦았다. 불임클리닉을 찾아 1년에 1~3번씩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2년 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험관 시술을 했다. 17번째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세상이 달라졌어요. 갈등도 사라졌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공무원 권혜은씨와 회사원 천민호씨는 지금 30대 중반이지만 아이가 넷이다. 권씨 부부와 성문(7)·다솜(6)·성민(3)·성현(1) 등 네 자녀(아이들은 왼쪽부터). [김태성 기자]

취재팀은 지난달 자녀가 3~4명인 부부, 10년 만에 늦둥이를 본 부부,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얻은 부부,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 등 30여 쌍의 부부를 취재했다. 아이를 갖게 된 사연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었다. 아이는 그들에게 행복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복과 희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6~2007년 반짝 증가했던 신생아 수가 올 3월 이후 감소세로 바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까지의 신생아는 31만73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했다. 2006~2007년 크게 늘었던 결혼도 8월 현재 21만8100건으로 전년보다 8.8% 줄었다. 한국은 출산율이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3차 베이비붐 효과’(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사람의 자녀인 1979~82년생이 혼인·출산 연령에 도달해 나타나는 효과)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불임 여성들의 모임인 ‘아가야’의 박춘선 대표는 “불임 부부들은 아기를 갖기 위해 몸이 상하는 것도 감수한다”며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인데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험관 시술로 딸을 얻은 양숙난(36·부산)씨는 “아이를 낳았을 때의 행복감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김창규·김은하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JMnet REPORT=중앙일보를 주축으로 한 JMnet(Joongang Media Network)의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매체가 합동으로 특별취재팀을 구성, 기획단계부터 전 과정을 협력해 동시에 보도하는 뉴스 서비스입니다.

▶매체별 보도일

·중앙방송 11월 17일 밤 10시, 19일 오후 3시 ·여성중앙 12월호(11월 22일 발매)

·월간중앙 12월호(11월 17일 발매) ·조인스닷컴 출산 장려 이벤트 시작(11월 17일)

[J-HOT]

▶박근혜 성공 뒤엔 '바른생활 공주님' 이미지 있어

▶'시속 320km 충돌에도 안전' 폭 99cm 자동차

▶"내가 아버지"라 말도 못한 故 최진실 부친 알고보니

▶아이들과 시간 보내고 싶어 KBS 아나운서 포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수수께끼 풀렸다

▶MB 돌발질문에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