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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증축 - 신축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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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 신축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인천시는 번듯한 주경기장을 신축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기존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활용하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대회 이후 주경기장이 적자운영될 것이 예상되므로 ‘일회성 행사’에 재정 투자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제대회 준비에 대해 사업승인권을 갖고 있고, 건축 비용의 50%를 국비로 지원한다.

정부와 인천시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최근 국회 국제경기지원특위가 열렸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증축이냐 신축이냐=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을 치르기 위해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을 서구 연희동 일대 그린벨트에 지을 계획이었다. 7만 석의 주경기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입찰안내서의 준수 사항이라고 한다. 전체 건축 비용은 토지보상·도로 건설 등을 포함 4460억원 수준이다. 당초 고정석 5만 석, 가변석 2만 석으로 계획해 5604억원으로 잡아놓았던 총사업비를 고정석 3만 석으로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1144억원을 줄였다.

또 재정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단신도시 등 주변 지역 개발이익을 재투자하거나 대형마트·공연장 등의 민자를 유치하는 방법으로 2408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럴 경우 국비 616억원과 시비 1436억원만 투자하면 주경기장을 신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문학경기장 리모델링과 관련해서는 대회 운영에도 지장이 많을 뿐 아니라 경제성도 없다는 것이 인천시의 주장이다. 5만 석 경기장을 7만 석으로 증축할 경우 1만2000석이 관람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되며, 이럴 경우 증축 비용 1760억원만 헛되이 쓰는 꼴이 된다는 논리다.

◆“번듯한 경기장 필요”=인천시는 정부 지원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자력으로라도 주경기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토지공사에 대해 검단신도시의 개발 이익을 주경기장 신축에 선(先)투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의 건설·운영사인 AEG 등 외국 스포츠마케팅 업체의 투자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

박남규 인천시 아시안게임지원본부장은 “2014년께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국제 신인도와 국가 위상에 걸맞은 대회 개최를 위해 주경기장 신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개최에 필요한 총 40개 경기장 가운데 신설 경기장 수를 당초 계획 21개에서 13개로 줄이고 기존 경기장과 민간 경기시설, 인접도시 경기장 이용을 늘리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할 것을 인천시에 거듭 주문하고 있다. 7만 석의 주경기장 규모도 OCA의 강제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들이 애초에 흑자 개최가 어려운 국제경기대회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해 놓고 정부에 손 벌리는 관행도 문제 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점에 정부로서는 낭비성 투자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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