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시절로 회귀” vs “안보환경 변화 따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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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12면

이달 초 국정원의 기능·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찬반 입장은 분명히 나뉜다.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이라는 주장과 “1980년대 안기부 시절로 돌아가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악법”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국정원 관련법 제·개정 둘러싼 논란

먼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국가대테러활동기본법’은 국정원장 직속으로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해 효율적 대테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대테러센터는 국내외 테러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작성·배포는 물론 테러단체의 지정·해제, 테러 위험 인물 정보 수집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대테러 업무의 컨트롤 타워가 된다. 테러단체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선 출입국은 물론 금융거래·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갖게 된다. 대테러 활동을 명분으로 공안통치를 강화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81년 대통령 훈령으로 만들어진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변화된 안보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급증하는 테러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체계를 시급히 구축하기 위한 것일 뿐 국정원의 권한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와 관련된 ‘국가정보원법’ 개정 문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현재 직무는 대공, 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국내 보안정보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선 직무 범위를 넓혀 ‘국가 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 ‘국가 또는 국민에 대한 중대한 재난과 위기를 예방·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정보 수집 범위를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민주당은 “무차별적 정보 수집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확대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언론대책회의’ 참석을 둘러싼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가장 민감한 쟁점이다. 지금도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은 합법이지만 통신사업자가 감청 장비를 갖추지 않아 불가능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각 통신회사는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국정원과 일선 수사기관들이 통신업체의 협조로 휴대전화·e-메일·인터넷폰·인터넷 메신저 내용 등을 감청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원의 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임의로 감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첨단화된 국제범죄와 산업기밀 유출 범죄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법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보다 정치적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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