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녹색투자 경쟁 전략적 '거품'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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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20면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는 대표적인 ‘반(反)녹색’ 업체로 인식돼 왔다. 생산·유통·소비 단계에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 15구에 ‘새로운’ 맥도널드가 등장했다. 내부 자재부터가 달랐다. 플라스틱 대신 나무를 썼다. 화장실의 물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절약형 건축을 했다. 매장 내 벽면에는 자신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그 성과가 어떠했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거스르기 힘든 녹색 시대의 흐름을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회사도 받아들인 것이다.

맥도널드의 변신은 최근의 프랑스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프랑스는 녹색대국이 아니었다. 이웃한 독일·영국에 비해 녹색 투자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바뀌었다. 조직적으로 녹색 투자에 나선 것이다. 파리 거리 곳곳에서 그런 의지가 잡힌다. 개선문 앞 샹젤리제의 나무 조명은 전기 소모량이 적은 LED 전구로 바뀌었고 한 시간마다 반짝거리는 에펠탑의 점멸 조명 시간도 줄어들었다. 유리창에 ‘녹색’ 글씨 스티커가 붙은 하이브리드카 택시가 등장하고 전기로 가는 전차도 도심에 등장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녹색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30g 이하인 신규 자동차 구매자에게 차량 구매가를 할인해 준다. 배출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보너스는 많아진다. 반면 160g를 초과하는 차량에는 벌금을 물린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도 녹색 성장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 투자의 길’을 어디로,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스페셜 리포트팀은 환경 선진국들을 돌아보며 녹색 투자의 성공 요건을 꼽아봤다. 첫째, 초기 투자는 과감해야 한다. 녹색 인프라는 일종의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찔끔찔끔 투자해서는 성과를 얻기 힘들다. 둘째, 장기적인 성과를 봐야 한다. 당장의 이익만 본다면 인센티브가 없을지 모른다. 셋째, 반도체·정보통신·조선같이 우리가 강한 업종을 녹색기술에 접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녹색 투자의 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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